"지적했던 것을 잘 조치하셔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고성과 질책이 국정감사의 전부는 아니다. 잘한 것은 격려하고 잘못은 지적하는 '부드러운 송곳' 질의가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사진)이 6일 국세청 국감에서 주목받은 이유다.

김 의원은 새로운 잘못을 들추기보다는 지난해 국감 지적사항부터 점검했다. 환차손 경비 처리에 대해서는 "사전 안내가 잘됐다"며 칭찬했고,국장급 이상의 잦은 인사 문제를 놓고는 "지난해 약속했던 사항이 15.3%밖에 지켜지지 않았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30년 공직의 경험으로 보면 벼슬 올라가는 속도가 내공 쌓이는 속도보다 빨랐던 선배 · 동료들은 결국 가정불화를 겪는 등 편치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조언해 공감을 샀다. 이어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는 공무원 임용령대로 1년 이상 임기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피감기관을 압박하기보다는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양도세 축소신고 실태를 지적하며 "신고서류 뒷면 작성방법 안내란에 주의 문구를 넣자"고 제안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도 냈다.

재정부 차관 출신인 김 의원은 피감기관 입장에서 국감을 경험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장관 · 청장을 윽박지르기보다는 그 뒤에 앉아 있는 국 · 과장들이 마음으로 공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이후에도 따끔하게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