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반응 엇갈려..미.북 대화 시기 곧 정해질 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5일 평양을 방문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게 '조건부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장기 교착상황에 빠져있던 북핵 국면의 전환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적극적으로 '특사외교'를 펼치는 상황에서 핵심 당사국인 미국이 긍정적으로 화답할 경우 빠르면 이달중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을 포함한 미북 양자대화와 6자회담 재개 등 북핵 국면전환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미국내 일각에서도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북한의 의중이 복합적이어서 북한과 나머지 5개국간 신경전이 향후 상황전개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5일 저녁 원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의 양자회담 진전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6일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임을 거듭 강조한 뒤 "북.미 양자회담을 통해 북.미의 적대관계가 반드시 평화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북한은 북.미 양자회담의 상황을 지켜본 뒤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 총리는 "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의 틀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평양에서의 북.중 회담과 관련, 미국측은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6자회담이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일-원자바오 회담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전날 CNN, CBS 방송 등에 출연, 북한과 이란을 거론하면서 국제사회의 강한 메시지로 인해 "다행스럽게도 일부 긍정적 반응을 보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최근 상황을 평가했다.

미국은 추후 중국 측으로부터 평양 회담의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구체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미국은 조만간 북.미 대화가 이뤄질 경우 이를 장기간 끌지 않고 단기간 내에 북한의 의도를 파악, 결론을 낸 뒤 대응을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방북할 경우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를 양자대화의 분명한 의제로 올릴 것을 요구하며 북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의 주도권이 아닌 미국의 주도권 속에 논의를 이끌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매우 신중한 반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회담에서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 진행 의사를 직접 밝힌 것은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는 대목"이라며 "그러나 북.미회담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기존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닌 만큼 두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6자회담 복귀' 등을 언급한 것은 어느 정도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기존의 전술적 변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한 뒤 차분하게 대응하려는 취지로 여겨진다.

특히 이 관계자는 "오는 1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원 총리로부터 직접 북.중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을 받게 될 것으로 본다"면서 "그 이후에 대응방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