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쏟아졌지만 '녹색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된 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녹색분야에 투자하려는 개인이나 기관은 마땅한 투자 대상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녹색펀드' '녹색성장펀드' 등에 기대만큼 돈이 몰리지 않았던 것도 '가이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30일 정부가 확정한 '녹색인증 도입방안'은 녹색기술,녹색사업(프로젝트),녹색기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민간의 투자가 효율적으로 집중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이미 '2009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조달자금의 60% 이상을 정부 인증 녹색기술 및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녹색펀드,녹색예금,녹색채권에 소득공제와 이자소득 비과세 등의 세제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녹색인증을 받는 기업은 그만큼 자금조달이 쉬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확정된 녹색기술 인증 대상에는 신재생에너지 탄소저감 등 10대 분야의 59개 중점기술이 망라돼 있다. 기업이 이들 기술에 대한 인증을 신청하면 정부가 지정한 인증평가기관이 기술성(40점),시장성(30점),녹색성(30점) 등을 평가해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일 경우 인증대상으로 추천하게 된다. 인증 여부는 단일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조정위원회에서 확정한다.

정부는 녹색기술과 제품을 활용,에너지 · 자원 투입과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는 녹색사업을 별도로 인증해 주기로 했다. 녹색사업 범위에는 풍력발전 건설,지능형 교통체계(ITS) 구축,에너지절약형 건축물 신축,습지 보전 · 관리,오염물질 배출저감 플랜트 설치 등 87개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녹색사업 평가는 녹색기술 활용성(30점),환경 기대효과(50점),사업 타당성(20점) 등으로 구분돼 이뤄진다.

정부는 특히 녹색채권이나 녹색펀드의 실질적인 투자대상이 기업인 만큼 녹색기술 인증과 연계한 녹색전문기업을 확인해 주기로 했다. 창업 후 1년이 지난 기업 가운데 인증받은 녹색기술에 의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넘으면 녹색기업으로 확인받을 수 있다. 인증받은 녹색기술이 다수일 경우 각 녹색기술에 의한 매출의 합이 30% 이상이면 된다.

녹색인증과 녹색기업 확인을 받더라도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없다. 이창한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은 "정부가 직접 혜택을 주던 벤처기업 인증제와 달리 녹색 인증제는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라며 "금융권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게 돼 녹색거품이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녹색인증 도입으로 녹색분야 기업의 15~20% 정도가 인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경부는 공청회와 관계기관 추가 협의를 거쳐 12월 중 '녹색인증 운영계획'을 확정해 공고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 기업들의 신청을 받으면 2월께 첫 녹색인증 기업이 나올 전망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