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30일(미국시각 29일) 광범위한 대북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가 상당 부분 진척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샤프 사령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내 식량, 기근 등의 문제로 야기되는 대규모 난민 문제에서부터 파벌간 (권력) 투쟁이나 정권교체와 같은 형태의 문제로 인해 조성될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작계 5029는 북한에서 정권교체와 쿠데타 등에 의한 내전,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대규모 주민탈북, 자연재해, 핵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유출 등 6가지 불안정한 사태에 대한 유형별 군사대비 계획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당시 미측이 개념계획을 작전계획으로 전환하려 하자 한국의 주권을 침해할 요소가 있다는 우리 정부의 반대로 작업이 중단됐으나 현 정부 들어 작전계획으로의 구체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샤프 사령관의 발언이 개념계획에 상정된 이 같은 북한의 6가지 불안정한 사태에 대한 대비계획이 작전계획 단계까지 상당 부분 구체적으로 진척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샤프 사령관은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연설에서도 "북한의 우발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준비 중"이라며 "이미 이 계획을 연습했고 우발상황 때 즉각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샤프 사령관의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언급이 최근 들어 잦은 것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과 후계구도 등 북한의 상황이 불안정 사태로 갈 가능성이 과거보다 커지고 있다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군은 "작계 5029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개념계획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갈 뿐이지 북한의 우발상황에 맞게 부대 이동 등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세세하게 수립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
군 관계자는 "개념계획 5029를 발전시키고 있는 수준이지 이를 작전계획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샤프 사령관도 개념계획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급변사태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에 실제 우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외교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즉각적인 대처를 해야 할 한국과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세워놓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개념계획 5029가 작전계획 5029로 상당부분 진척되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