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만에 기자회견..'위대한 대한민국' 강조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국정운영 지향점 제시
"늘 뒤에 앉아 듣고 고개만 끄덕이던 시대 지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취임후 3번째 기자회견을 통해 집권중반기 국정운영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명목상 내년 G20 정상회의 유치 등 방미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정치개혁, 경제운용방향, 친(親)서민 중도실용 정책, 외교.안보 기조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며 국민의 협조를 당부한 것.

특히 최근 청와대 및 내각 개편으로 `MB정부'의 새 진용을 구축한 뒤 일부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드는 국정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진 이날 특별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당당한 어조로 `대한민국의 좌표'를 제시해 향후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예고했다.

다만 정운찬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세종시 논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6월 19일 이른바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던 기자회견 때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 G20 정상회의 유치를 통한 새로운 국제질서 주도권 장악, 의연하고 당당한 대북정책 원칙에 따른 한반도 정세의 변화 움직임, 미디어법 처리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여준 여권의 응집력 등 최근 잇단 `호재'에 고무된 듯 이 대통령은 회견 시작부터 `위대한 대한민국'을 역설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오늘 저는 가슴 벅차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면서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국운이 활짝 열리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벅찬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어 내년 G20 유치와 관련,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체제에서 우리나라가 선도국의 위치를 재확인한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며 국운상승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역설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내년 G20 정상회의에서 가능하면 저개발 국가들의 대표를 참여시켜 논의의 장을 넓히겠다는 새로운 구상도 내놨다.

이어 최근 경기회복 조짐을 언급하면서 서민정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한편 일각에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이른바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아직은 이르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장했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내놨던 `정치개혁'에 대한 구상도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개헌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행정구역 및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빠른 시간내에 해야 한다"면서 "나라의 폼격을 높이는 것이고 국민소통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며 정치권에서 논의의 속도를 높여줄 것을 주문했다.

이밖에 대북정책과 관련, "늘 뒤에 앉아서 듣기만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지난 방미기간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제안할 때 내놓은 `당사자 원칙'을 다시한번 강조하며 `의연하고 당당한' 대북기조를 천명했다.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취임후 이번이 3번째로, 정권초기였던 지난해 4월 13일 미.일 순방과 관련해 첫번째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같은해 6월 회견에서는 쇠고기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5월 22일 쇠고기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고, 올 1월 2일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사상초유의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경제정부체제를 선언했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