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역학구도 변화..정몽준체제 내년 7월까지 갈듯
낮은 자세 유지..축하난 사절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 여권내 실세인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29일 국민권익위원장에 내정됨에 따라 빠른 속도로 여권내 역학 질서가 잡힐 전망이다.

그동안 거론됐던 이 전 최고위원의 여의도 복귀론 및 당 복귀론은 서울 은평을이 10월 재선거 대상에서 제외되고, 9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이 힘을 잃음에 따라 사실상 무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3의 역할'로 이 전 최고위원의 거취가 결정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전 최고위원을 국민권익위원장으로의 발탁한 것은 다중포석이 깔려있어 보인다.

우선 국민권익위원장에 이 전 최고위원이 적임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내 개혁파'로 불릴 정도로 엄격한 도덕성과 국민 권익 문제에 천착하고 있음을 고려했다는 것.

이명박 정부 들어 `법질서 확립'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국민 권익 외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 이 전 최고위원에게 국민권익위원회를 맡김으로써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 전 최고위원의 입각시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내각내 `줄서기', `실세 장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정부위원회의 경우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어 보인다.

동시에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미국 유배 생활'을 해온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배려로도 읽힌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는 의지와 관계없이 당을 떠나야 하는 데다, 내년 7월 은평을 지역이 재선거 대상에 포함될 경우 8∼9개월 가량만 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되는 데 따른 부담 때문이었다고 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 주권을 되찾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간다는 뜻에서 국민권익위원장직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이 전 최고위원이 국민권익위에 둥지를 틀게 됨에 따라 정몽준 대표-정운찬 총리(정부)-정정길 대통령실장(청와대), 즉 `3정(鄭) 체제'로 대표되는 여권질서가 공고해질 전망이다.

당초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는 이 전 최고위원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조기 전대론 등 각종 현안이 부상할 때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물밑 역할론'과 함께 잡음이 불거졌었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의 `제3의 역할'로 정몽준 대표체제가 내년 7월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설익은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본인의 의중과 관계없이 `이재오 복귀'를 위한 조기 전대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자리잡기는 내년 2월 전대론의 동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전 최고위원의 발탁은 이명박 정부의 집권2기 라인업의 `마침표'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이 전 최고위원은 내정 소식이 알려진 뒤 축하 난 및 화환이 속속 도착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정중히 사절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국민권익위가 사회의 부패문제를 감시하고 청렴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축하난 등을 받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