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연 유엔총회 연설 "한반도 비핵화 美에 달려"
"남북 관계 새 전기 마련"..대남비방 내용 없어

북한의 박길연 외무성 부상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이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 역시 핵 억제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부상은 이날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대화에는 대화로, 제재에는 핵억제력으로 대처하는 것이 우리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측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를 병행하면서 대화에 나설 경우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6자 회담 재개 전 북.미 양자대화를 위한 의견조율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또 "우리의 핵무기 임무는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엔 헌장에 규정된 주권 평등의 원칙에 따라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제재는 결코 인정되지도 접수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부상은 "미국이 핵 정책을 변경시키지 않고 있는 단계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려면 우리의 믿음직한 핵 보유로 지역의 핵 균형을 보장하는 길밖에 없다"면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대조선 핵정책이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에 달려있으며, 미 행정부가 낡은 대결관념을 버리고 최근에 여러번 천명한대로 변화의 입장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나라에 대한 군사적 공격과 그 위협을 억제할 수 있을 만한 핵 억제력만 보유할 것"이라며 "유럽과 기타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조선반도에서도 위협과 억제력은 정비례 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해서는 "지난 1년 남짓한 기간 북과 남 사이에는 유엔 총회가 인정하고 지지한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입장 차이가 생겨 서로의 관계에서 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김정일 장군의 결단에 의해 북남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성공업지구 운영 등 북남 경제협력이 다시 제 궤도에 들어서게 되고 흩어진 가족들이 다시 상봉하게 됐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일절 하지 않았다.

유엔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안보리를 "가장 비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 기구"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비상임이사국 수를 확대하고 주권 평등의 원칙과 관련된 모든 안보리의 결정은 유엔 총회의 승인을 거치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침해 시정 요구와 관련해서도 "특정 나라의 제도를 문제시하고 내정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그 나라 인민의 제도선택권을 부정하는 인권 침해"라면서 "서방과 유럽 나라에 대해서는 하나도 문제를 삼지 않고 작은 나라들의 인권만 트집 잡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