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한중정상회담서 북핵 `그랜드바겐' 역설

이명박(MB) 대통령은 23일(미국 현지시간) 유엔총회와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구상을 주창하고 북한에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북핵 일괄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겐의 필요성에 대해 주요 관련국들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함으로써 북핵 문제 당사자로서의 주도적인 리더십을 과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취임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은 조건없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한 국제공조에 적극 임할 것이며, 북한도 이런 노력에 조속히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북한에게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 바 있으며 관련국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핵무기 없는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또한 지구상 유일한 분단지역인 한반도가 진정한 화해와 통일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도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1992년 남북이 약속한 비핵화 공동선언은 지켜져야 하며,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교류를 확대하고 북한을 발전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지금이야말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 그리고 북한 스스로를 위해 북한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임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뉴욕의 한 호텔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를 조율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우리가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뒤 북핵 `그랜드 바겐' 구상을 언급, "단계별로 조각조각 협상하는 것이 아니고 일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북한을 안심시키고 핵을 포기시키는 방안"이라며 "중국과도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고 배석했던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조문사절단을 보냈을 때 직접 만나 한국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으며 북한이 남북관계 협력을 원한다, 그리고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뜻을 전해왔는데 우리도 같은 입장이란 점을 설명했다"면서 "다만 핵 문제 해결이 바로 남북관계를 활발하게 만들기 위한 전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최근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각국의 노력 덕분에 북핵 문제가 상당히 완화됐다"면서 "북한이 한국,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전반적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대화, 혹은 어떤 형식으로든 다자회담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각국이 노력한다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그러나 "후 주석의 발언은 북한이 말한 다자회담이 6자회담을 바로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승호 이승관 기자 chu@yna.co.kr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