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신문, 핵확산 스캔들 입증 친필서한 공개
"첫 번째 농축설비 고객은 중국"


파키스탄 핵확산 스캔들의 주역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북한과 중국, 이란, 리비아에 핵기술을 제공한 경위를 담은 비밀편지를 아내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일요판이 20일 보도했다.

이 서한에는 북한이 칸 박사에게 핵기술 제공을 요청한 경위와 그 대가로 지급한 돈의 액수는 물론, 자신의 첫 번째 고객이 중국이었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더 타임스는 칸 박사가 핵확산 스캔들로 체포된 직후인 2003년 12월10일에 독일에 사는 아내 헨니에게 보낸 이 친필 서한의 사본을 자사 기자가 2007년에 입수했다면서 사상 처음으로 내용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칸 박사는 이 서한에서 북한과 관련, "(지금은 퇴역한 한 장성이) 북한에서 받은 300만 달러를 가져와 설계도와 기계 제공을 부탁했다"고 언급했다.

서한에는 설계도와 기계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다만, 칸 박사가 지난해 일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원심분리기를 제공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서한에 언급된 설계도와 기계는 원심분리기일 가능성이 크다.

또 칸 박사는 서한에서 자신의 첫 번째 (우라늄) 농축 설비 고객은 과거 파키스탄에 농축 우라늄을 제공했던 중국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산시성 한중(漢中)시에 원심분리 시설을 지었다"며 "중국은 우리에게 핵무기 설계도와 50㎏의 농축 우라늄, 천연 육불화우라늄(UF6) 10t, 3%짜리 6불화우라늄(UF6) 5t을 줬다"고 설명했다.

우라늄(U)에 불소(F) 원자가 6개 붙어 있는 화합물인 UF6는 천연 우라늄을 가공해 핵무기 원료인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간 생산물이다.

그는 이어 이란과 관련해서는 "베나지르 부토 총리의 축복으로…(부토의 국방담당 보좌관이던 퇴역 장성) 임티아즈 장군이 나에게 설계도와 장비 일체를 이란에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제공자들의 이름과 주소를 이란에 줬다"고 언급했다.

핵확산 스캔들로 지난 2003년 12월 체포된 칸 박사는 이듬해 초 TV를 통해 핵무기 제조 기술을 이란과 북한, 리비아에 비밀리에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운영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는 이 발언을 철회했다.

당시 그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 의해 사면을 받긴 했으나 곧바로 가택연금 상태에 들어갔다.

지난 2월에는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이 그에게 '자유 시민'을 선언했으나 이후에도 당국에 외출 계획을 보고하거나 방문객 접견시 허락을 받아야 함은 물론 정보요원과 경찰이 자택 주변을 감시하는 상태가 계속되자 칸 박사는 법원에 완전한 신변의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탄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라호르 고등법원은 최근 칸 박사의 이동제한 조치를 전면 해제하는 잠정 판결을 내렸지만, 파키스탄 정부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가택연금 해제가 보류된 상태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