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 하더라도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20%로 제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19민사부(노정희 부장판사)는 군복무 중 자살한 원모씨의 부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손해액의 20%와 위자료 등 6천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선임병들의 폭행이나 망인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지휘관들의 직무소홀이나 근무태만과 망인의 자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유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선임병들의 폭행을 도저히 참고 견디기 어려워 자살행위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을 만큼 극심한 가혹행위로 보기 어렵고, 불안한 심리와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잘못이 인정되기 때문에 국가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원씨는 육군 보병사단에서 사병으로 근무하던 중 선임병들의 잦은 폭행과 욕설 등을 견디지 못하고 작년 10월 부대 후문에서 경계근무를 서다 K-2 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