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냈다. 지난 '8 · 15 경축사'에서 밝힌 정치개혁의 구체적인 밑그림도 제시했다. 정치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21세기에 맞게 국가의 틀을 정비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87년 체제'로 대표되는 지금의 통치구조는 물론 선거 및 행정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력구조 바꿔야

이 대통령은 이날 연합뉴스,일본 교도통신과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개헌의 범위를 권력구조 개편으로 국한했다. 이 대통령은 "영토 문제에서부터 이념적 문제까지 들어간다면 헌법 개정은 실제로 이뤄지기 힘들다"며 "행정구역이나 선거구제 개편,이런 문제에다 통치권력이나 권력구조 개편으로 제한하면 검토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너무 광폭적으로 헌법에 손을 대면 개헌이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에서 아주 신중하게 현실성 있게 범위를 좁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당장 현 시점에서의 개헌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일각에서는 영토 조항 등도 손을 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는 최근 확정한 개헌 자문안에서 이원정부제 또는 4년 정 · 부통령제의 권력구조 개편안을 제시하면서 사상의 자유 및 정보기본권 명문화를 포함한 기본권 조항도 손질해야 하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점에 비춰 이 대통령의 개헌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협의를 통한 조기 개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각 당이 개헌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어 적절한 계기만 주어지면 개헌론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거구제 대안 제시

이 대통령은 대선거구제가 아닌 '소선거구제+중선거구제' 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선거구제+중선거구제는 인구 규모가 작은 지역은 소선거구제,인구 규모가 큰 곳은 중선거구제로 이원화해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다. 일본이 과거 한때 채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정당별 전국 득표율에 따라 결정하는 현행 전국구 방식에서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해당 지역의 정당 득표율에 맞춰 비례대표 의원을 배분하는 제도다. 이 방안에 대해서는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현재 민주당은 개편시 중대선거구제를 희망하고 있다. 지역구 수가 많은 영남 기반의 한나라당은 중대선거구제가 민주당에 비해 의석 확보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 제도 등을 선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100년 전 농경시대에 이뤄진 행정구역은 첨단시대의 경제 여건상 전혀 맞지 않다"며 "이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봐서는 안 되고 그래서 '여당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