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자율통합 신청마감일이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지자체 간 짝짓기 논의가 활발하다. 경기도 '성남-하남-광주시'에 이어 대표적인 산업공단지역인 경남 '마산-창원시'가 통합에 합의했다. 통합을 통해 더 큰 도시로 거듭나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통합에 성공할 경우 중앙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들어가는 재원을 먼저 지원받을 수 있고 자율형 사립고도 우선 설립할 수 있다. 통합으로 맛볼 수 있는 당근은 이 외에도 많다. 올해 말까지 지자체 간 자율통합이 끝나면 본격적인 행정체제 개편이 시작된다. 현재 관련법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대략적인 골격은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를 60~70개 자치단체로 묶겠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통합의 시대다.

◆정부 자율통합 지원책 '먹혔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통합 대열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보다 거부할 수 없는 당근이 많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7개 부처가 18개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통합 시군에는 특별교부세 지원 확대(20억원→50억원),국고보조율 10%포인트 상향 조정 외에도 △임대산업단지 우선 지정,사회간접자본 확충 우선지원(국토해양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 배분 우대(지식경제부) △기숙형고교,자율형 사립고 지정 시 우선권 부여(교육과학부) 등의 특혜가 기다리고 있다. 합쳐지는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정원과 신분을 10년간 보장,구조조정 불안요소를 없앤 것도 짝짓기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인센티브가 아니더라도 인접 지자체 간 경제적 · 문화적 경계가 사라지는 데 따른 시너지효과,행정비용 절감 등 통합이 가져다주는 효과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현재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25개 자치단체가 합쳐질 경우 재정 인센티브(2조866억원)를 포함해 행정비용 절감 등 총 3조9000억원의 주민편익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50여개 지자체가 열애 중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1일 현재 통합 움직임이 활발한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25곳 안팎이다. 물밑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곳을 합하면 전국 230개 시 · 군 · 구 중 50여곳에서 짝짓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단체장들이 통합에 합의한 곳은 경기도 성남시와 하남시,광주시다. 3개 도시가 통합되면 인구 130여만명의 대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통합 합의를 발표한 마산시와 창원시도 향후 진해시와의 통합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행안부가 신청마감일로 정한 9월30일이 다가오면서 통합 논의 지자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합으로 볼 수 있는 혜택이 크다는 점이 알려지면 추진 주체도 시장 · 군수 등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에서 주민대표로 바뀌고 있다. 전북 전주와의 통합을 위해 주민들이 스스로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완주군이 대표적 사례다.

◆곳곳 주도권 다툼도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소통'부족이다. 특히 인구나 발전 정도 등이 열세인 곳은 경계심이 많다. 덩치 큰 이웃 시 · 군이 먼저 통합을 제의하면 피해의식이 발동하거나 색안경부터 끼고 보게 된다. 1994년과 2005년 두 차례 주민투표에서 청주시(인구 65만명)와의 통합을 무산시킨 청원군(15만명)은 "각종 세금이 올라가고 쓰레기매립장 등 혐오시설이 들어올 것"이라는 반대여론에 부딪쳤다.

목포시(47㎢)의 접근에 퇴짜를 놓았던 무안군(436㎢)과 신안군(654㎢)도 반대 논리는 같은 맥락이다. 섬이 많은 무안군과 신안군은 면적 자체로 보면 목포시의 9~14배나 되지만 통합 이후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시장 · 군수도 있을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국회의원 지역구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가 껄끄럽다는 것이다.

상권확대 등을 희망하는 지역 여론에 떠밀려 찬성 입장에 선 단체장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통합입장을 표명하는 시장과 군수들은 순전히 '선거용 통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03년 8월 괴산군 증평읍에서 군단위로 승격한 증평군에 대해 임각수 괴산군수가 재통합을 제의하자 "내년 선거를 겨냥한 꼼수"라는 공격이 바로 날아들었다.

한쪽 지자체만의 '짝사랑'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쌍방의 논의없이 한쪽만 통합하겠다는 시도가 그것이다. 통합 신청에 앞서 정부에 대해 인센티브의 명시적 보장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실제로 완주군은 "정부가 먼저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책을 확실하게 먼저 보장하라"고 나섰다. 100년 이상 이어져온 마을을 다른 마을과 통합하는 만큼 지원책 보장없인 통합을 추진키 어렵다는 것.

◆행정 계층도 간소화될까

행정구역 개편의 궁극적 목표는 자치단체 수를 60~70개로 재편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놓고 있다. 이와 관련,현재 관련 법안 7개가 국회에 제출돼 있으며 시 · 군통합도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이를 기초로 2014년부터 개편된 행정체제를 꾸려 나간다는 복안이다. 다시 말해 자율통합 방식이 아니더라도 정부는 지자체들을 계속 합쳐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자연스럽게 상급기관인 도(道)를 폐지한다거나 행정계층을 간소화하는 내용으로 논의의 중심이 옮아가 정부와 국회 차원의 행정체제 개편 구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자체 통합으로 선거구 숫자가 줄면 소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바꾸려는 선거제도 개편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