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북한의 갑작스런 댐 방류로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강가에서 낚시를 하던 1명이 숨지고,야영 중이던 5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방재청은 인근 군부대와 경찰 등 140여명의 인원과 헬기 2대를 동원,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사고 피해

인명 피해 사고는 이날 오전 6시쯤 발생했다.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진상리 임진교 부근에서 야영 중이던 서모씨 등 7명이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 중 김모씨(37)는 서모군(12)을 데리고 헤엄쳐 나와 목숨을 건졌지만 나머지 5명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았다. 실종자는 서강일(41) 이경주(39) 이용택(7) 백창현(40대) 이두현(40대)씨로 확인됐다.

또 비룡대교 인근에서 낚시를 하던 김대근씨(41)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뒤 오전 11시25분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불어난 물로 연천지역에서만 그물과 통발 등 3000만원의 어구가 떠내려가는 피해도 발생했다. 연천군 어촌계 김강형 총무는 "400~500개의 통발과 그물이 3m 이상 높아진 물에 떠내려 갔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북한 측의 예고없는 댐 방류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제1차관은 "이날 새벽2시부터 11시간 동안 북한에서 4000만t의 물을 방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댐 물을 한꺼번에 방류하는 바람에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방류는 북한 지역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나 지역별 게릴라성 폭우 때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댐 방류와 관련된 지역인 강원도 평강군에 지난 5일 새벽 0.2㎜의 비가 왔고 6일에는 전혀 비가 내리지 않아 댐 방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인은 없었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6과 27일 이틀간 120㎜ 정도의 비가 왔지만 이번 방류의 원인은 아닌 것으로 분석했다. 남한 쪽에도 사고 직전 비가 오지 않았다.

◆3가지 수수께끼

북한이 집중호우가 없었는데도 4000만t의 댐물을 방류한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제기되는 의혹은 3가지 정도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대규모로 물을 방류,수공을 실험했다는 설이다. 북한 황강댐과 4월5일댐이 건설될 당시 나온 시나리오다. 북한 지역에 호우가 내리지 않아 물을 방류할 이유가 없었는데도 북한이 예고없이 방류한 것은 그 이유라는 것.이번 방류를 위해 북한이 지난달 26일과 27일에 내린 비를 모았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북한 쪽 실수나 사고설도 제기되고 있다. 새벽에 물을 흘려보내야 할 정도로 급한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남한이 황강댐과 4월5일댐의 수공에 대비해 건설 중인 연천군 군남댐을 시험하기 위해 저질렀다는 의혹도 있다.

◆우리측 책임

남측의 경보 대응에 큰 구멍이 뚫렸을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북한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물을 방류했는데 우리 측의 대응이 늦었다는 것.국토부 권 차관의 설명을 보면 우리 측은 경보를 울릴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6일 새벽 2시부터 11시간 동안 물을 방류했다면 군남댐이나 임진강 수계 어느 곳에서든 탐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응 미숙은 경보 시스템의 고장이 뒷받침한다. 권 차관은 "그동안 경보 시스템이 잘 작동돼 왔는데 공교롭게도 오늘 새벽 작동이 안 된 것으로 조사돼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측은 군남댐 완공 전에 북한 측의 방류가 있을 것에 대비해 무인 조기경보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북한이 사전 예고없이 댐을 방류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북한 측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7일 중 북한 측에 사과 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요구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임진강 수계관리에 대한 남북한 공동협력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황강댐 · 4월5일댐 · 군남댐은

황강댐은 팔당댐의 1.5배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크다. 저수량은 3억~4억t.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약 42.3㎞ 떨어진 임진강 본류에 위치하고 있어 우리 측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발전과 용수 공급 등 목적으로 2002년 착공됐으며 2007년께 완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34m,길이 880m이다. 황강댐보다 남쪽에 위치한 4월5일댐은 2001년 3월 완공됐다. 저수량은 3500만t이다. 황강댐의 10분의 1이다.

우리 측 군남댐은 3235억원을 들여 내년 6월 말 완공될 예정이다. 높이 26m,길이 658m 규모로 저수량은 7000만t이다.

이재철/장성호/김일규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