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분리기술 확보..우라늄탄은 미개발"

북한이 4일 우라늄 농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신선호 유엔주재 자국 상임대표의 이름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마감단계에서 마무리되고 있으며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며 "우라늄 농축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이용, 기본 기술을 획득했으며 현재 우라늄 농축 생산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우라늄탄까지 개발한 단계는 아닐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은 "파키스탄에서 도입한 원심분리기를 가지고 연구개발 끝에 (농축을 위한)기본기술을 획득한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은 농축 생산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북한이 지난 6월 우라늄 농축작업이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는데 몇 개월 만에 마무리됐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만, 북한 스스로 오래전부터 우라늄 농축 연구를 해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1990년 후반부터 가스 원심분리기술에 기초한 비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에 불을 댕긴 파키스탄 압둘 칸 박사의 커넥션을 통해 1998년부터 2001년 사이에 P1형 원심분리기 20대를 제공받았고 P2형 설계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농축기술로 추정되는 가스 원심분리법에 의한 동위원소 분리법은 1940년대 처음 개발됐다.

원심분리의 기본원리는 회전용기 내부에 있는 기체를 원통과 함께 고속회전(5만~7만rpm)시키면 회전용기 중심으로부터 바깥 방향으로 지구 인력의 수만 배에 달하는 원심력이 발생, 기체의 밀도가 중심부에는 희박해지고 바깥쪽으로는 압착된다.

이때 중심부에는 무게의 차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U(우라늄)-235의 비율이 높고 바깥쪽에는 U-238의 비율이 높아진다.

천연 우라늄 U-238에서 동위체를 분리해 U-235의 비율을 증가시키는 과정을 농축이라고 하는데 경수로용 연료에서는 천연우라늄에 함유된 0.72%의 U-235를 3∼5%까지 농축한다.

그러나 핵폭탄 1개를 만들려면 U-235가 20kg가량 필요한 데 이를 위해선 천연 우라늄 3.5t이 필요하다고 한다.

군의 한 전문가는 "고효율의 필터를 사용한 환기시설을 갖춘 소규모의 잘 설계된 농축시설이라면 1년에 1~2개의 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이는 탐지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축시설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들에 대한 정보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면서 "농축프로그램 관련 활동 즉, 기본적인 성격과 목적, 농축 시설의 수와 위치, 프로그램 시행기간, 완성도 등에 대해 확실히 파악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할 만한 의심 장소로 영변과 평북 천마산, 자강도 하갑 등 여러 곳을 지목하고 정밀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우라늄 농축은 소규모 지하시설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증거 수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내 다수의 전략시설에 대해 정밀 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