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1시 서울대 사회과학대 멀티미디어동.평소처럼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강의실을 들어선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이번 학기에 내 수업을 듣기 위해 온 학생들께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로 마지막 수업을 시작했다. 정 내정자는 "갑작스레 폐강을 하게 됐다"며 "오늘 온 수강생들은 나중에 꼭 총리 공관에 초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내정자는 "수강신청을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데다 이제 막 강의를 시작하려는 시기에 (총리) 제안을 받고서 당혹스러웠고 고민이 됐던 게 사실"이라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약속'이 가장 중요한 만큼 다시 돌아온다면 더욱 충실한 강의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학생은 "이제 교수님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리곤 1시간 동안 경제학 이론보다 평소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얘기를 했다. 정 내정자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놀면서 인생 경험을 해야 한다. 특히 애교심을 가져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영어와 수학에 신경을 쓰라"며 "집안에 여유가 있으면 유학을 가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진로를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30여명의 학생들은 정 내정자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강의가 끝나자 아쉬움의 박수를 보냈다.

1978년 서울대 사회과학대 경제학과 교수로 강의를 시작한 정 내정자는 이날 강의를 끝으로 2002~2006년 서울대 총장 시절을 제외한 25년여간의 교수 생활을 당분간 접게 됐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