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적십자회담 제안 수용과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 복원 등 가시적인 조치를 취함에 따라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서서히 해빙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북 간 현안인 금강산 · 개성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 방안,억류된 연안호 선원 송환 등 남북 간 현안이 조만간 타결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그룹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정부와 현대 간에 조율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조만간 북측과도 협의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롯한 남북교류협력사업 5개항에 전격 합의했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작년 7월 발생한 남측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현대아산이 북측 인사들과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 시기와 남측 관광객들의 안전 보장 규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현대 측은 "우리 정부 당국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협의할 뿐" 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12 · 1조치(육로통행 및 체류제한)를 해제한 만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맞춰 개성 관광도 함께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한 중인 미국의 대북 제재단은 지난 24일 현대그룹과 북한 당국이 합의한 금강산 · 개성 관광과 개성공단 활성화 방안은 유엔의 제재결의와 무관하다고 밝힌 만큼 사업 재개와 관련된 걸림돌은 없는 상태다.

북측에 예인된 지 27일째인 '800 연안호' 귀환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러 왔던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지난 24일 "연안호 문제는 안전상 절차에 따라 시일이 걸릴 뿐"이라며 "(안전상) 문제가 없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단순한 기계결함으로 월북한 연안호의 경우 한 · 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끝나는 27일 직후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 활성화,적십자회담 재개 등을 매개로 남북 당국자 간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측은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문제와 더불어 인도적 현안을 논의한다는 차원에서 남측의 대북 지원문제 등을 거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곧바로 남북 간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짐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제재와 대화의 갈림길에서 조심스런 입장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도 공동보조를 맞춰가야 한다. 당국자 간 대화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과거와는 다른 원칙 있고 의연한 대북기조를 견지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