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서거 계기…"역사의 권위 세우는 일"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제22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예우와 존중을 특별히 강조했다.

전직 대통령들의 공(功)과 과(過)에 대한 현실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으나 이들의 업적을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임으로써 `긍정의 역사'로 나아가는 단초를 만들자는 의지를 표명한 것.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 다음날 방송된 이날 라디오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시작과 끝을 고인에 대한 애도메시지로 채웠다.

이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해 올들어 유명을 달리한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등에 언급, "그분들의 삶과 죽음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면서 "우리가 살아온 길에 대해서도 또한 살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화합과 통합'을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규정한 뒤 그 연장선상에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예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또 누구에게나 공과 과가 있다"면서 "역사의 공과는 역사가들이 엄밀하게 평가하겠지만 공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런 의미에서 전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의 일부로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 국민의 뜻도 바로 그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그 `기적의 역사'를 이끌어 온 전직 대통령들을 예우하고 존중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고, 곧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는 길"이라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긍정의 역사, 승리의 역사로 이어가는 길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시작으로 역대 전임 대통령들이 퇴임후 한결같이 `불행한 사태'를 겪었으나 이들의 업적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올들어 서거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보수와 진보 진영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서도 `역사의 평가'와는 별도로 업적에 대해서는 인정함으로써 국민적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의미로도 여겨진다.

결국 `갈등과 미움'의 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통합과 사랑'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를 스스로 존중하고, 그 역사의 중심에 섰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존중이 우선돼야 한다는 뜻을 전한 셈이다.

아울러 이는 일각에서 필요성을 제기하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든 전직 대통령의 공에 대해서는 인색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 "이는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