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前대통령 國葬] 이희호 여사 "감사드립니다"에 서울광장 눈물 바다
고(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지나간 마포, 동교동 사저,광화문 사거리, 서울광장, 서울역 등 도심에는 고인의 운구행렬을 지켜보려는 인파가 몰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운구행렬이 지나는 길은 일제히 교통이 통제됐으며 운구행렬을 지켜본 많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동교동 사저를 떠나 광화문 사거리와 서울광장에 도착한 운구행렬은 오후 4시25분께 서울광장 앞에서 잠시 멈춰 서 이곳에 운집한 수많은 시민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희호 여사는 차에서 내려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미리 준비한 메모를 읽어내려갔다. 이 여사는 "일생 동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권력의 회유와 압력도 있었지만 한번도 굴한 적이 없었습니다. 국장 기간 동안 넘치는 사랑을 베푸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여사의 감사인사가 울려퍼진 순간 평화를 상징하는 노란풍선과 전남 함평에서 가져온 나비 3000여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추모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영결식이 거행된 이날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서울를 비롯한 전국 182곳에 마련된 분향소(시도 22개소,시군구 160)에는 이른 아침부터 김 전대통령을 추모하는 조문객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민주당 주최로 추모문화제가 열린 서울광장의 분향소에는 지난 5일간 총 8만여명에 달했다. 시민들은 영결식을 앞두고 광장 주변에 설치된 플래카드에 근조 리본을 달거나 추모의 뜻이 담긴 메모지를 붙였다. 또 일부 시민은 광장 한 쪽에 컬러 양초를 배치해 '민주주의 수호'라는 글자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과 정봉주 전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문화제는 운구행렬이 도착하기 전까지 신형원 · 김원중 · 노찾사 등의 공연을 진행했다. 이들은 '목포의 눈물' 등을 부르며 김 전 대통령을 회고했다.

서울 양평동에서 온 김현석씨는 "김 전 대통령은 한국 현대사의 거목이셨다"며 "김 대통령님 안녕히 계시요"라며 운구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온 장지혜씨(24 · 여 · 대학생)는 "마지막 가시는 길 보러 왔다. 원래부터 존경했다. 온갖 수난을 겪고 다 이겨내시고 살해위협을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으셨다"며 고인을 기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