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을 계기로 현행 `국장ㆍ국민장에 관한 법률'의 정비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불과 3개월전인 지난 5월 관례에 따라 7일간의 국민장(國民葬)으로 거행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와는 달리 김 전 대통령의 장례가 비록 6일장이긴 하지만 격(格)이 높은 국장으로 엄수됨에 따라 전직 대통령의 장례 형식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수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법률은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면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정은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7개 조항으로 구성된 현행법은 국장 및 국민장 대상자, 장의위원회 설치, 장의 비용, 조기 게양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국장과 국민장의 차이나 결정 기준에 대해서는 시행령에서조차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즉, 현재로서는 전직 대통령의 장례를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엄수해야 할지, 나아가 국장으로 할지, 국민장으로 할지에 대한 결정을 사실상 대통령의 판단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국가와 국민의 대표로서 대통령은 고인의 업적과 공과에 대한 국민 여론 등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하겠지만, 기준과 원칙의 부재로 말미암아 어떠한 결정이 나오든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 김 전 대통령 장례의 국장 결정에 대해서도 일부 보수진영에서 반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1967년 제정된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국장ㆍ국민장법을 손질해 국장과 국민장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최근 김 전 대통령의 국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고인의 장례를 앞두고 `이거다 이거다(국장이다 국민장이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원칙을 정확히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도 "법률을 개정해 국장과 국민장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다뤄야 하며, 국장과 국민장에 대한 예우 규정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그러나 법 규정을 보완하더라도 전적으로 법의 잣대로만 결정해선 안된다"면서 "고인에 대한 공과(功過)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의 예지(叡智)에 맡길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