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분향소에 50여통의 '하트 편지' 전해

"대통령 할아버지 이제는 텔레비전에서 볼 수 없게 돼 너무 슬퍼요.북한과 사이좋게 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사세요."

국화와 흰색, 검은색으로 근엄하게 단장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남도청 분향소에 21일 맞춤법도 틀리고 비뚤어진 글씨로 썼지만 갖가지 색깔로 귀엽고 예쁘게 꾸며진 편지들이 걸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하얀 유치원복을 차려입은 7살 유치원생 50여명이 하트모양의 편지지에 자신들이 직접 쓴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글을 예쁘게 코팅해 국화를 놓는 분향소 하단 받침에 걸어 놓았다.

'대통령 할아버지'를 못 보게 된 슬픔을 어린이다운 천진난만함으로 표현한 글이 있는가 하면 하늘나라로 가신 '대통령 할아버지'의 건강은 물론 남북협력에 감사한다는 내용까지 대견스러운 글도 있었다.

한 어린이는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님이 돌아가셨는데 대통령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셔서 더 슬프다"며 "많이 고통받느라 힘드셨지요.

이젠 편히 쉬세요"라며 안타까운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다른 어린이는 김 전 대통령의 영어실력을 알고 있었는지 "대통령 할아버지는 혼자 영어공부를 하셨는데도 영어를 잘하는 것 같아요.

혼자 영어공부를 하면 심심했지요?"라고 묻기도 해 미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 "이젠 텔레비전에서도 못 보게 돼 슬프지만 우리의 꿈인 통일을 위해 북한과 사이좋게 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을 쓴 어린이도 눈에 띄었다.

이 유치원 탐구반 이옥련(7) 어린이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더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던 그 마음처럼 저도 그렇게 하겠다"며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사세요"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 유치원 관계자는 "7살 어린이들이 직접 편지를 만들어 분향소에 들렀다"며 "애들이 어리지만 김 전 대통령이 노벨상을 탔고 어떤 분이셨는지 모두 잘 알고 있어 유치원 선생님들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무안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