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DJ 인간적 면모와 유머' 회고

"`무'하면 입이 나오고, `사'하면 입이 찢어집니다. 입이 나오면 내가 살고, 입이 찢어지면 나는 죽는 겁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20일 김대중(DJ) 전 대통령 생전의 인간적인 면모와 유머 감각을 소개했다.

한때 DJ를 전담하는 신문기자였던 이 의원은 "DJ의 전부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분의 유머를 모르고는 그분의 전체를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죽음의 공포를 몇번이나 뛰어넘으신 분의 특별한 경지"라며 `해탈미(解脫美)'라고 표현한 김 전 대통령의 유머 감각은 재판장의 입에서 무기징역이 나올지 사형이 나올지 조마조마하던 순간도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표현했다는 것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경쟁이 고조됐던 1987년 직전, DJ는 YS에 대해 "그분은 동고(同苦)는 돼도, 동락(同樂)은 하기 어려운 분"이라고 설명했다고 이 의원은 기억했다.

또 이 의원이 "YS가 나보다 낫다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묻자 1987년 전두환 대통령의 `4.13 호헌 조치' 대책을 고민할 때 직선제 개헌 100만인 서명 운동을 제안한 DJ에게 YS가 1천만명으로 하자고 제안한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다독가(多讀家)로 잘 알려진 DJ는 대통령이 된 뒤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며 "감옥에 한번 더 가야 할 모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측근이 남미여행에서 돌아와 토산품을 선물하며 "이것이 악운을 쫓고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합니다"고 말하자, DJ는 "이 사람아, 이런 것은 진작 주어야지"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또 DJ가 매운탕을 먹다 말고 매운탕에 있던 생선 한토막을 덜어줬던 기억과 이희호 여사가 면회를 와서 `남편 살려주세요'가 아닌 `하나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해 서운했다고 말했던 일 등을 떠올리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