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요한 바오로 2세, 사형선고 DJ 감형 요청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고(故)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죽음 앞에 선 김 전 대통령을 구하려고 지난 1980년에 보낸 `구명편지'가 다시 한번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4차례나 죽을 고비를 겪은 김 전 대통령이 사형 선고를 받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최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데는 교황의 역할이 컸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이 지난 5월 공개한 자료에는 요한 바오로 2세가 1980년 12월 11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김 전 대통령의 감형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기록돼 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을 배후 조종해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정부 전복을 획책했다는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돼 1심과 항소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상황이었다.

이에 全 전 대통령은 1981년 1월5일 `회답서신'을 보내지만 "(김대중은) 어떠한 정치적 이유가 아닌, 오직 불법적인 방법과 폭력에 의한 합법 정부의 전복 기도를 포함한 반국가적 범죄로 인하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교황의 구명요청에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全 전 대통령은 "(교황) 성하의 호소가 순전히 인도적 고려와 자비심에 의거한 것임을 유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으나 군사정권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력 덕분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된다.

이 소식을 접한 교황은 2월 14일 다시 全 전 대통령 앞으로 `교황 친서'를 보내 "각하께서 신속히 배려해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리고자 한다.

각하께 최대의 경의를 표하며 훌륭한 한국 국민에게 신의 가호와 은혜가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신군부가 정권에 협조하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면 역사와 국민 앞에서 완전히 죽는 것이라고 생각해 거절했다"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교황청의 적극적인 구명 활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고인의 정치역경을 회고하는 이들에게 다시한번 감동을 주고 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1982년 형 집행정지로 미국 망명길에 올랐으며, 대통령 임기를 마친 2003년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