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도 주민 김영표씨 회상.."결국 월남行 자원"

"대통령 선거 때 김대중 후보를 찍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선거가 끝나고 나서 20여 일 동안 고된 일만 시키더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주민 김영표(61.하의면자치위원장)씨는 늦게 도착한 영정 사진 탓에 19일 새벽까지 하의면 직원들을 도와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30년 넘게 가슴 속에 담아뒀던 뼈아픈 사연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무더위 속에 땀과 눈물로 뒤범벅된 김씨는 1971년 입대해 강원도에서 보병으로 군대 생활을 할 때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됐다.

김씨는 당시 박정희 후보와 김대중 후보 간 경쟁이 치열했고, 군 간부들이 누굴 찍으라고 무언의 압력도 넣었지만, 고향 출신인 김대중 후보를 찍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군대 인근 마을 투표소에서 주민들과 함께 투표를 해 하의도 고향 출신인 김대중 후보를 찍어도 모를 줄 알았는데, 선거가 끝나고 이틀 후부터 일과 후 사역병으로 차출을 당하면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옛일을 또렷하게 회상했다.

동료는 일과 후 내무반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동안 그는 군부대 뒷산에서 땔감을 해오는 고된 사역을 20여 일 동안 계속했다.

김씨는 고된 사역과 함께 간부들의 미움을 타 더는 부대에 남아 있기가 어려워 이듬해 월남(베트남) 파병을 자원했다.

"고인이 된 아버지와 동갑인 김 전 대통령 때문에 고초를 당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는 그는 "생전에는 원망하는 주민도 간혹 있었지만, 막상 우리 곁을 떠나고 나니 너무 허무하고 빈자리가 커 보인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대통령 시절에 고향을 크게 발전시켜 주길 염원했는데 기대에 못 미쳐 섭섭해하는 주민도 있었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고향보다 더 어려운 곳을 보실핀 그분의 큰 뜻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신안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chog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