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1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비롯 전국 16개 시 · 도에 20개소,시 · 군 · 구에 110개소의 공식 분향소가 설치돼 5만3000여명의 조문객들을 맞았다. 이들 공식 분향소 외에 기초 지자체와 시민들이 마련한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1차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추모 묵념을 올린 뒤 "국가과학기술위 1차 회의는 1999년 김 전 대통령 재임시 이뤄져 오늘까지 왔다"며 "서거하신 김 전 대통령께서 과학기술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상기하고자 한다"고 업적을 기렸다.


◆서울광장,질서정연한 조문행렬

서울광장에서는 조화 진열 등의 문제로 예정보다 1시간50분 늦은 오전 10시50분께부터 조문이 시작됐다. 일찍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전날 설치된 간이 분향소에서 조문했다. 서울광장 분향소는 길이 22m,높이 8m의 단상 위에 길이 1.4m,높이 1.7m의 김 전 대통령 영정이 가운데 놓였으며 그 주위를 흰 국화 2만여송이가 장식했다. 서울광장엔 천막 75동,테이블 30개,간이의자 250개,음료대 4개소,이동화장실 5동 등 조문객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도 설치됐다.

점심시간을 전후해 조문행렬은 갈수록 길어졌다. 한 번에 스무 명씩 단체로 분향했지만 추모객이 밀려들면서 최소 20~30분을 기다려야 조문이 가능할 정도였다. 분향소에는 김 전 대통령이 애창하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선구자'가 흘러 나왔다.

전남 하의도가 고향인 김강석씨(63 · 자영업)는 "착잡할 따름"이라면서 "이승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으니 이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 간부 30여명은 오전 11시5분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시설을 점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임시 빈소 찾아

전두환 전 대통령도 오전에 임시 빈소가 차려진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 전 전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영정 앞에 선 뒤 눈을 감았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에게 악수를 청하며 "사람일이 다 그런 거 아니겠나.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고 홍업씨는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오후 3시20분께 빈소를 방문하고 "큰 어른이 서거했다"며 "당신을 어렵게 하는 사람들,괴롭게 하는 사람들,핍박하는 사람들을 모두 용서하고 포용한 신앙의 진수를 우리에게 보여주신 분"이라고 애도했다.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도 "김 전 대통령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분으로 국가의 어려운 상황을 빠른 시일에 극복해냈다"며 "국민의 정신적 지주와 같았는데 좀더 오래 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애석해 했다. 이희호 여사가 평소 예배를 드리는 창천교회 서호석 담임목사는 "너무 슬프고 갑작스러운 일이다. 이 여사님께서 기도를 참 많이 하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도 빈소를 찾았다. 박 대표는 "큰 정치 거목이 우리 곁을 떠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거대 정치인이 계속 정계를 지도했으면 좋을 텐데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정몽준 허태열 박순자 박재순 최고위원,장광근 사무총장,홍사덕 홍준표 남경필 김정훈 윤상현 김효재 의원 등이 박 대표와 동행했다.

10년 전 김 전 대통령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던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는 눈물을 훔치며 "1999년 처음 만나 연주를 듣고 '감동적이다. 고맙다'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하늘나라에 가셔서도 남북통일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태철/구동회/서보미/김일규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