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8일 오후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 등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정부는 유가족 측과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19일 오전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장례 형식을 확정할 방침이다.

전직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 · 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장(國葬)이나 국민장(國民葬)으로 거행할 수 있다. 국장은 장의 기간이 9일 이내,장의 비용은 전액 국고 부담이다. 국민장은 7일 이내,비용은 국고에서 일부 지원된다. 국장은 장의 기간 내내 조기를 달고 장례일 당일에는 관공서가 휴무하지만 국민장은 당일만 조기를 달고 휴무는 없다. 역대 대통령의 관례를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거행될 가능성이 크다. 국장은 재직 도중 사망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고 퇴임 이후 서거한 최규하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이승만 · 윤보선 전 대통령은 가족장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유족과 측근들 사이에서는 국민장보다는 국장을 원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국민장으로 결정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결정 안 됐다"고 반박해 국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아무래도 외국 국가원수 등 세계적 인사들이 조문하러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의전과 안내 등을 위해서라도 국장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장례 형식이 결정되면 장의위원회가 구성되고 부처 간 업무 분담과 소요 재원,장의 절차,운구계획 등이 확정된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장지는 대전현충원이 유력하지만 용인 가족묘역도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의 유골이나 시신은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다. 서울 국립현충원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하지만 여유 공간이 없어 김 전 대통령은 대전현충원에 안장돼야 하는 상황이다.

본인의 유언이나 유족의 뜻에 따라선 부모가 모셔져 있는 용인 가족묘역(용인시 이동면 묘봉리)에 묻힐 가능성도 있다. 가족묘역은 김 전 대통령이 대선 2년여를 앞둔 1995년 지관을 대동해 직접 둘러보고 1600여㎡ 규모로 조성했다. 경기 포천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흩어져 있던 부모와 전처,여동생의 묘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조성 당시부터 묘역을 관리해 온 이 마을 박이석씨(63)는 "풍수지리학자 손석우씨가 이곳을 정했으며 생전에 김 전 대통령께서 '사후에 이리로 오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묘역 중단의 가운데와 오른쪽 땅이 김 전 대통령 내외분의 묘가 들어설 자리로 짐작된다"고 덧붙였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