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을 공식 제기하면서 향후 정치권의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여야는 9월 정기국회에서 각당의 행정구역 개편 방안을 놓고 본격 논의에 들어간다. 서울시 분할, 도(道) 폐지, 국민투표 실시 여부 등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역대 정권에선 늘 행정구역 개편 주장이 나왔다. 전두환 정권 시절엔 집권당인 민정당과 야당인 민한당이 번갈아 아이디어를 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때는 집권당이 적극적이었다. 17대 국회에선 여야가 함께 "전국을 70개 정도의 자치단체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모두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18대 들어 이 대통령과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100년 전에 마련된 낡은 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효율적인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고 개편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도 동조의 뜻을 나타냈다.

현재 여야 의원들이 낸 관련 법안만 10여건에 달한다. 청와대는 행정구역을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역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5+2'광역체제로 재편하고 역내 소도시를 통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국 시군구를 2~5개씩 묶어 60~70개 통합시 체제로 바꾸는 내용의 특별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의 '광역시도-시군구-읍면동'의 3단계 체제를 2단계로 줄이고 평균 인구 60만~70만명의 광역지자체 70여개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은 특별법의 연내 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 야당 안과 함께 '병합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는 대목도 적지 않다. '서울시 분할'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서울의 '구(區)'를 없애고 사대문 안을 영국 런던처럼 '서울시티'로,그 외곽에는 4~5개의 자치시를 만드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서울 · 광역시를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여야는 2014년 민선 6기 지방선거부터 시행하자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