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진전 없어 실망"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토머스 허버드 코리아 소사이어티 신임 이사장은 12일 "북한에 억류된 미국 기자들을 성공적으로 귀환시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버드 이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핵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했을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미국)는 북한과 진지하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제 공은 북한 코트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허버드 이사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방북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제의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다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기자들을 무사히 데리고 나왔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에 대한 일각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그는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측면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기자들 석방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완수했다"면서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번 방북을 아주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만남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바지한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바드 이사장은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억류 근로자 문제로 북한에 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가 잘 해결돼서 개성공단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그는 "한.미 FTA에 진전이 없어 실망스럽다"면서 "미국 의회에서 협정의 일부 요소를 걱정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버드 이사장은 또 아프가니스탄 재건지원 사업과 관련해서는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은 미국으로서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건에 대한 민감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파병 여부는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장 취임 인사차 도널드 그레그 현 이사장, 에번스 리비어 회장 등과 10일 방한, 11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정부 및 기업 인사들을 두루 만난 뒤 14일 오전 귀국한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