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정국 이후 민주당 정세균 호(號)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국민 속으로'를 기치로 내걸고 길거리로 나선 지 일주일째를 맞았지만 당내외 여론의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 6월 장외투쟁에 나설 때 썰물처럼 빠졌던 민주당 지지율도 '미디어법 사태'이후 한나라당에 약간 뒤진 20%중반(24~26.4%)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정 대표의 당내외 위상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 6월 초 서울광장에서 천막농성까지 벌여가며 '6 · 10 범국민대회'를 지켜냈지만 당시 서울광장 잔디밭을 오가는 정 대표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한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미디어법 원천무효 홍보를 위해 찾은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에선 일부 상인이 반발했지만 일부 상인은 먼저 악수를 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호응해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최근 들어 주요 정치 사회적 쟁점에 대한 정 대표의 목소리에도 자신감이 묻어난다. 정 대표는 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악법의 재투표 대리투표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히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길거리 홍보전과 별도로 9월 정기국회에 참여해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겠다는 의미다.

당내 위상도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말께로 예상되는 2기 당직 개편에도 정 대표의 의중이 적극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의장과 홍보미디어위원장 대변인 가운데 김유정 의원이 유임을 고사한 대변인 자리에 최근 길거리 홍보전에서 활약이 많은 386출신의 원외 인사를 내정할 가능성이 높다.

전병헌 변재일 이용섭 의원이 거론되는 정책위의장도 평소 정 대표가 신임하는 인사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당내외에서 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고 대표도 잘 이끌어오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표가 사심을 버리고 민주당이 범 민주개혁진영의 중심이 될 수 있는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호/민지혜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