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F "한국 테러 제재 규정 미흡"

정부가 자금세탁 방지 목적으로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자금에 대한 동결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특정 국가에 대해서도 이같은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어 향후 북한에 대해 한층 강력한 금융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로부터 상호평가보고서를 통해 일련의 미비점을 지적받자 '테러자금조달 방지 체제의 선진화.국제화 방안 연구'라는 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는 FATF가 2007년 12월 말 제정된 한국의 '공중 등 협박목적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공협법)'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한데 따른 것으로, 정부는 테러 자금 동결과 WMD에 관련한 대응 조치 등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는 현행 외환거래법 등에 의거해 유엔(UN) 안보리 결의에 따라 해당 테러국 또는 제재 대상에 대해 외환 거래를 제한하는데 그쳤으나 향후 테러 및 WMD 관련 자금의 동결까지 가능할 것을 보인다.

특히 정부는 자금 동결과 관련해 범위를 금융 자산 외에 동산.부동산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거래 제한 대상자 지정시 관련 부처 사전 협의 없이 곧바로 이뤄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테러리스트와 테러단체에 대한 정의 규정과 함께 처벌 규정 도입이 가능한지와 다른 나라 즉 '국가'에 대한 금융거래 제한 또는 동결이 가능한지도 파악 중이다.

WMD와 관련해선 FATF가 주요 관심사항으로 여기고 있어, 정부는 WMD 제재 분야에서 한국의 국제적 역할을 모색 중이며 향후 도출된 제도개선 방안을 토대로 공청회 등을 통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향을 도출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북한 기업들을 제재하더라도 외환 거래를 제한하는 수준이지 그들의 국내 자금을 동결할 규정이 없다"면서 "제재 대상기업 또는 대상자의 자금이 현재 국내에 없기는 하지만 향후 유사 사태를 대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지난 6월 단천상업은행 등 북한의 3개 기업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외환 거래를 제한한 데 이어 지난 29일에는 윤호진 남천강 무역회사 간부, 조선원자력총국 등 북한 인사 5명과 북한 기업 5개를 추가로 제재한 바 있다.

한편 FATF는 최근 한국 보고서를 통해 테러 제재 규정이 미흡함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의 보완 조치를 촉구했다.

FATF의 지적사항은 ▲테러 자금조달 범죄에 대한 명시적 문구 부재 ▲테러리스트 및 테러단체 정의 부재 ▲공협법과 외국환거래법상 테러 자금은 동결이 아닌 거래 제한만 가능 ▲테러리스트 및 테러단체 보유 자금 및 재산을 동결할 근거 규정 부재 ▲공협법상 거래 제한 자산의 범위가 금융거래에만 한정 등이다.

FATF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1989년 G7 정상의 합의로 출범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독립기구로 현재 32개국이 가입돼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가 회원국이다.

한국은 지난 6월 정회원국 가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기에 이번에 FATF 평가보고서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법 개정 등의 작업을 거쳐 10월에 다시 가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FATF 정회원국이 되면 금융회사의 신용도 평가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한국 금융회사의 해외 영업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심재훈 기자 prince@yna.co.kr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