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고 강성 노조만 온 나라의 주인인 양 판을 치고 있다. "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9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2009 제주 하계포럼' 개회사를 통해 정치권과 노동계를 맹비난했다.

조 회장은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겠다"며 작심한 듯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국회가 할 일을 안 하고 싸움만 하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어려운 경제를 살려나가는 데 정치가 얼마만큼 우리에게 도움을 줬느냐고 묻고 싶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기업)가 안심하고 10~20년이나 생각해야 하는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성 노동운동 문제는 쌍용자동차 점거농성 사태와 연계해 설명했다. 조 회장은 "쌍용차 사태를 살펴보면 기업은 없고 노조 입장만 부각됐다"며 "기업이 있고 노조가 있는 것이지 기업이 없는 노조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앞날과 관련해서는 "기업의 경쟁력이 없다면 도태되는 게 시장의 원리"라며 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를 에둘러 밝혔다. 공적자금을 통한 회생에 대해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개막강연에서 "시중 유동성이 실물 부문으로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며 "채권단 중심의 상시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강화하고 부동산 등 시장불안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 "투자심리가 점차 호전되고 있다"면서도 "국제금융시장 불안 재연 가능성과 국제유가 상승,주요국 재정건전성 악화 등의 위험요인이 남아 있어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디에고 비스콘티 액센츄어 글로벌 회장은 '다극화 세계와 신성장동력의 이해'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경기 침체 이후 한국이 해결해야 할 3대 과제로 △성장동력 다각화 △글로벌 브랜드 강화 △에너지 문제 해결 등을 들었다. 그는 "이미 형성돼 있는 시장을 공략하는 것보다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경련 제주 하계 포럼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기업 최고경영자(CEO) 10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능률협회와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35회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도 이날 제주 신라호텔과 하얏트호텔에서 시작됐다.

한국인간개발연구원도 조순 전 경제부총리,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등을 초청,이날부터 31일까지 제주 CEO포럼을 진행한다.

제주=송형석/박민제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