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실패 이후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 국민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조직 내부의 동요도 심화되는 등 검찰이 말 그대로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여진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데다 이를 추스르기 위해 개혁을 코드로 총장 후보에 내정됐던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국회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상황이다.

천 전 지검장의 사퇴 이유가 다름 아닌 개인의 도덕성 시비였다는 점은 공정성이 생명인 검찰로선 더 뼈아픈 상처가 됐다.

3기수를 뛰어넘은 천 전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가 되자 관행에 따라 사법시험 선배와 동기 기수 출신의 검찰 수뇌부가 한꺼번에 용퇴하면서 사상 초유의 검찰 지휘부 공백 사태마저 벌어졌다.

지난달 초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거의 두 달 가까이 검찰이 공전되고 있는 것이다.

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에 공식 임명되면 무엇보다도 `박 게이트' 수사 실패와 천 전 후보자의 낙마가 겹치며 바닥으로 떨어진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검찰이 정치적 외압에 휘둘리는 모습보다는 국민의 상식과 정서에 부합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행사가 이뤄져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김 내정자는 국회 청문회를 통해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는 즉시 검찰 스스로 쇄신하는 노력과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그간 지적돼 온 검찰의 수사 관행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들이 수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용단도 필요하다.

이후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로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수사 성과를 당당히 보여준다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로 거듭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게 법조계 주변의 인식이다.

김 내정자가 검찰에서 대표적인 `국제통'으로 불릴만큼 해외 선진국의 앞선 제도와 운영 방법에 누구보다 밝기 때문에 그동안 제시됐던 검찰 개혁안을 뛰어넘는 혁신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어수선한 검찰 내부를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안정시키는 것도 김 내정자가 해야 할 중요한 임무의 하나다.

검찰 수사의 핵심이나 다름없던 대검 중수부의 수사 실패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로 검찰의 사기는 크게 실추됐다.

하지만 이에 앞서 김 내정자는 별다른 자질 시비 없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말끔히 치러야 하는 과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될 의혹에 대해 김 내정자가 석연치 않은 해명을 한다면 그의 임명 여부에 관계없이 검찰의 자존심은 또 한 번 구겨져 회복 불능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