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선 전 산재의료원이사장 복직소송 패소

상급기관의 사퇴 압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자진 사직하는 형식을 취했다면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경구 부장판사)는 심일선 전 한국산재의료원 이사장이 "노동부의 지속적인 강요를 견디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하며 한국산재의료원을 상대로 낸 이사장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재신임을 받지 못하고 물러난 공공기관장 중 복직 소송을 제기했던 사람은 심 전 이사장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사직할 뜻이 없었다 해도 그 의사가 객관적으로 표시된 이상 효력을 갖는다.

진의(眞意)가 아닌 의사표시에 관한 민법 규정은 성질상 공법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사직 의사를 취소하려면 (사직서에 근거한) 의원면직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민법 제107조 제1항은 '의사표시가 진의가 아니란 걸 상대방이 알았다면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정부와 여당 차원에서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 임원은 자진사퇴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력을 가했고, 실제로 노동부차관 등이 전화로 심 전 이사장의 사퇴를 수차례 종용하고 동시에 산재의료원에 대한 노동부 차원의 특별감사가 실시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사직서 제출이 전적으로 상급기관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심 전 이사장의 주장은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모절차를 거쳐 취임한 심 전 이사장은 임기 6개월 만인 작년 4월 노동부의 사임 요구와 특별감사 이후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되자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