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의 천정배 민주당 의원(사진)이 24일 의원직을 사퇴했다. "언론법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전날 최문순 의원이 그랬듯 천 의원도 사퇴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국회를 떠나겠다고 했다. 의원회관의 방을 빼고 의정활동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적어도 '정치쇼'가 아닌 진짜 사퇴다.

천 의원은 대표적인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1981년 전두환정권 시절 독재정권에선 판검사 임용을 받을 수 없다며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고 인권변호사로서 문익환 목사 및 리영희 교수의 방북사건,가수 정태춘 사건,경상대 교양교재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았다.

1996년엔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제15대 국회에 입성,18대까지 경기도 안산에서 네 번 내리 당선됐다. 2002년 대선 때는 현역의원으론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자를 지지,노풍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2005년 법무부 장관 시절엔 당시 강정구 교수의 한국전쟁 발언과 관련해 검찰에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엔 한 · 미FTA(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며 25일간의 장기 단식농성을 벌였다.

민주당 내 한 재선의원은 "당내에서 의원직 총사퇴가 옳다고 주장했다가 여의치 않자 독자행보를 선택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문방위원이자 18대 국회 민주당의 언론자유수호특별위원장,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장으로서 막중한 사명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책임을 지고 18대 국회를 떠난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장외에서 지난번 접었던 대선도전의 꿈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