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장관들이)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소신껏 일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개각 등을 놓고 이런 저런 소리가 나오는데 거기에 좌우되지 말라"며 이같이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새 정부 들어 후임 각료들이 청문회를 마칠 때까지 자기 자리에서 끝까지 일한 장관도 있었고 물러난 뒤에 헌신적으로 일한 장관도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그분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가끔 전화도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당장 몇몇 장관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부터 개각설이 나오면서 그 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부 부처에선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개각설이 불거진 이후 두 달 가까이 일부 장관들이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공직사회가 흔들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며 "사석에서도 이런 상황을 언급하며 답답해했다"고 전했다. 개각을 앞두고 일종의 '군기'를 잡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 대통령의 발언 속에는 설령 교체된다 하더라도 열심히 일한 장관들에겐 '사후'에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물러난 뒤에도 헌신적으로…'라는 말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파문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농촌 강연회를 하고 있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공개 석상에서 개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개각을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며 평소 공직자의 일하는 자세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조만간 인적 개편이 있으리라는 점을 기정 사실화한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다음 달 중순까지 청와대 개편 및 개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충청권 총리 기용,친(親)박근혜 인사를 포함한 탕평 인사 여부 등을 놓고 이 대통령이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