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15일 본회의에서 여야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달 26일 6월 임시국회의 문을 연 지 무려 20일만에 본회의를 열게 된 데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현안마다 양보없는 대치를 거듭하는 여야를 싸잡아 비판한 것.

김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내일 모레가 제헌절 61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인데 그때 건국의 아버지인 제헌의원들은 365일 중에서 320일 이상 국회 문을 열고 일했다"면서 "당시 상시국회, 직권상정이라는 말도 없었지만 매일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또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 당시도 지금보다 못지않은, 어쩌면 더한 격론을 벌였지만 파행은 없었고 변변한 보상도 없었지만 열심히 일했다"면서 "나라를 세운 제헌의원들이 지금 국회의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 지 정말 두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18대 국회처럼 문을 열기 어려운 국회는 일찍이 없었고 18대 국회만큼 쟁점법안을 상임위에서 논의하기 어려운 국회는 없었다"며 "이런 답답한 국회의 모습을 보이려고 여러분들이 그렇게 힘들 게 국회에 들어오려고 했나.

국회가 제 할 일을 못하면 국민의 눈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충고했다.

김 의장은 "쟁점 법안을 국회에서 논의하지 못하면 도대체 어디서 논의하라는 말이냐"면서 "내 뜻만 챙기고 내 주장만 옳다고 하지 말고, 또 내 지역구 사람만 보지 말고 내 지지자만 보지 말고 말이 없는 다수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도 고통스런 경제난에서 애써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수많은 국민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이럴 수는 없다"면서 "과감한 양보와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진취적 발상과 함께 극적 타결을 이끌어 내는 국회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민주주의는 완승도 아니고 완패도 아니다"면서 "오늘이라도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을 비롯한 모든 현안을 상임위에서 논의해 타결해 주길 바란다"며 대타협을 거듭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