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00만명 실업대란" vs 野 "과장된 수치"

여야간 비정규직법 처리 협상이 데드라인인 30일까지 끝내 타결되지 못함에 따라 법이 시행되는 1일부터 노동 시장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선 우선 현행 비정규직법은 어떤 내용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비정규직법은 ▲기간제(계약직)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 ▲파견근로자 보호법 ▲노동위원회법 등 비정규직 보호와 관련한 3개 법안을 묶어서 통칭하며, 2006년 11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현행 비정규직법 중 논란이 되는 것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이다.

기간제법은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무기계약(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용기간 제한을 두고 있다.

따라서 법시행 2주년이 되는 올해 7월 1일부터 사용기간 2년을 채우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순차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사용자가 이들을 정규직으로 과연 전환할 수 있느냐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한나라당은 경기침체와 금융위기의 여파로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오히려 대량 해고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비정규직의 `2년 사용기간' 적용을 3년 유예하는 내용의 기간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사용자가 내달 1일부터가 아니라 2012년 7월 1일부터 2년 사용기한이 도래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해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협상 과정에서 타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3년 유예안'에서 한발 물러나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2년 유예를 적용하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은 현행법을 그대로 실시하되 6개월의 준비기간을 갖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6개월 유예안인 셈이다.

민주당은 사용자들이 2년 사용기간이 도래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대폭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법시행을 6개월만 늦추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를 들어 2년 유예를 적용한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늦춰 오히려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반론을 폈다.

이 같은 관점의 차이 때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년 유예안, 6개월 유예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법 개정안 협상 결렬과 원안 시행에 따른 영향은 어떻게 될까.

정부와 여당은 70만-100만명의 비정규직 실업대란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근거로 5인 이상 사업장에서 2년 넘게 일한 한시적 노동자는 86만8천명이고, 이중 사용기간 제한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55살 이상 고령자와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 등을 빼면 71만4천명이 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7월 이후 사용기간 2년을 넘는 비정규직이 37만명 추가될 것으로 예상해 70만-100만명의 실업대란이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반면 민주당과 노동계는 정부와 여당이 100만명 실업대란설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과 노동계는 사용기간 2년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정부, 여당의 추산과는 달리 30여만명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매달 2년 사용기간을 넘겨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노동자는 2만5천명∼3만명, 노동계는 사용기간 2년이 되는 비정규직이 매달 3만2천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앞으로 정규직 전환 또는 해고의 갈림길에 놓이는 비정규직은 민주당의 경우 30만-36만명, 노동계는 38만4천명이 된다.

게다가 민주당과 노동계는 일시적인 해고상태에 놓이는 비정규직이 있더라도 현행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시행하고 정규직 전환 지원금 등 정부의 지원을 늘리면 이를 더욱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시행 유예든, 정규직 전환 지원금 확대든 보완조치 없이 현행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내달 1일부터는 비정규직이 고용불안의 위기로 내몰릴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여야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