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기간 여전히 이견..극적 타결 가능성 제기

`5인 연석회의'의 막판 담판이 29일에도 무위로 돌아가면서 시행을 목전에 둔 비정규직법 타결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

그러나 정치권이 노동계가 빠진 상태에서 심야 협상을 이어가기로 해 극적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회 환노위의 여야 간사 3인과 양대 노총 위원장 2인으로 구성된 5인 연석회의는 이날 오후 8시50분 9차 협상에 들어갔으나 2시간10분만인 11시께 결렬을 선언했다.

자유선진당 간사인 권선택 의원은 브리핑에서 "노정간 현격한 입장 차이가 있었다"면서 "이로써 5인 연석회의는 새로운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종료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가 `유예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난 19일부터 뒤늦게 테이블에 앉은 5인 연석회의의 협상 틀이 사실상 깨지게 된 셈이다.

하지만 여야 간사들은 심야 협상을 통해 논의를 계속 하기로 해 막판 접점찾기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여야간에는 시행 유예라는 큰 틀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1조원 가량의 지원금을 투입한다는 데 어느정도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민주당이 30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법시행을 2년 유예하자는 한나라당의 절충안을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단계적 시행이라는 원칙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조원진 간사는 "내일 새벽이라도 3당이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고, 민주당 김재윤 간사도 "한발짝 더 나아갔다"며 "한나라당의 절충안보다 사업장 규모를 더 세분화하고 시행 선후관계를 조정하는 문제 등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대 걸림돌인 유예기간을 놓고 한나라당 2년, 민주당 6개월, 선진당 1년6개월을 놓고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양대 노총이 수용하지 않는 한 합의문에 서명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5인 연석회의 결렬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노동계가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노동계를 빼고 가기는 어려우며 내일 다시 한번 접합점을 모색하는 수순으로 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이 극적으로 타협안을 도출할 경우 비정규직법은 시행 하루를 앞둔 30일 본회의에서 전격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간 협상이 타결될 경우 "시행기간 유예시 상임위 상정은 없다"는 강경론으로 맞서온 추미애 환노위원장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추 위원장이 끝까지 버티더라도 김형오 국회의장으로서도 직권상정의 명분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단독개회 방침에 대한 항의 표시로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여야가 벼랑 끝 절충을 통해 파국을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협상 주체인 노동계가 막판에 빠진데다 정치권이 시한에 쫓겨 `졸속 해법'을 내놨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으로선 노동계 등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데드라인인 30일 오전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비정규직법은 현행 법대로 시행되느냐 아니면 개정안 직권상정이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법 시행시 대규모 실업대란을 경고해 온 한나라당은 협상이 불발될 경우 30일 본회의에서 직권상정으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이미 29일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한 상태이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유예기간 3년' 원안에서 다소 후퇴된 `유예기간 1∼2년'안을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키'를 쥔 김 의장이 한나라당의 요청을 수용,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지는 미지수이다. 김 의장이 미디어법이라는 파고를 앞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겠느냐는 관측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절박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법 시행이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 김 의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어 마지막 순간의 결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직권상정 카드가 무산, 비정규직법이 7월1일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비정규직 해고 양산 사태를 둘러싼 여야간 책임 공방과 여론전도 가열될 전망이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7월내 법 개정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적잖아 보인다. 일각에선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을 패키지로 직권상정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은 실력저지를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여야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 됐든 정치권내 합의가 불발된다면 여야 모두 비정규직법을 장기간 방치하다 시행시기 유예라는 미봉책에만 매몰돼 해법을 찾지 못한 데 따른 정치력 부재와 무기력증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