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 문제와 관련, "참정권을 갖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만큼 일본도 그런 추세에 맞춰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러분도 노력하고 양국 정부 입장에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도쿄(東京) 주일한국대사관저에서 정 진 재일민단본부 단장과 황영만 민단본부 의장, 최종태 재일한국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일민단 및 상의 간부를 초청, 오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여러분들의 국내 참정권은 해결됐는데 사는 나라에서 참정권이 안돼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이번에는 유엔 결의가 흐지부지되지 않고 강력히 이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입장에서 보면 국제사회가 북한을 규제하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고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나오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어렵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고 결국에는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언젠가는 통일이 돼야 한다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다.그 점에서 우리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민단 간부들의 한국어 공부가 화제가 됐다.

정진 민단 단장(72)은 "60세가 넘어서야 한국어 공부를 시작해 아직 서투르지만 죽을 때까지 공부하겠다"면서 "오늘 아침 나오기 전, 막내가 '한국말이 서투르니 한국말로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국말 잘 하신다"면서 "중앙아시아에 갔더니 한국말 배우기가 붐이더라.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에 한국어 강좌가 개설돼 있고 웬만한 유수한 나라의 대학에도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것은 우리 국력이 그만큼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봉남 6.25참전 재일 학도의용군 동지회 회장(90)은 "역사적 사실을 후세에 알리기 위해 재일 학도 의용군들의 참전 사실을 교과서에 실어달라"고, 황영만 민단 의장은 "재일교포들이 한국 근대화 과정에 상당히 기여했는데 이런 점도 교과서에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에서는 한국 정치상황에 대한 의견도 많이 나왔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 참석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조문 정국과 관련, "수뢰혐의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 신분이었는데 자살하고 나자 영웅이 되었더라"며 "일본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의 국민성까지 거론하는 것을 들으며 가슴이 터지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전 세계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고 있는데 국내 일부 세력은 핵개발 자금을 대준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노사모도 북핵에는 반대해야 한다.국론을 하나로 모아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금 한국에서는 억지를 부리고 중상모략하는 사람은 존경받고 말없이 잘 일하는 사람은 존경받지 못하는 것 같다.법치를 바로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주일대사관에서 민단 간부와 오찬행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단은 이날 이 대통령의 자서전인 `신화는 없다'의 일본어판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도쿄연합뉴스) 추승호 이승관 기자 chu@yna.co.kr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