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처리 움직임에 맞서 퇴로 없는 배수진을 친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 살리기에 부심하고 있다.

`결사항전'의 외길 수순에 들어갔지만 조문정국의 동력이 떨어지는 조짐이 완연한 가운데 국회 등원 협상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고민은 당 지지율이 대변해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민주당 지지율은 4년 만에 한나라당을 추월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선 다시 역전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0.7%로 한나라당(23.3%)에 뒤졌고,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18.1%로 한나라당(22.9%)에 역전을 허용했다.

등원 조건으로 내세운 대통령 사과 등 '5대 요구'를 하나도 관철하지 못하는 등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 효과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 여론조사에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등원 거부가 한 달째 지속하면서 여론의 피로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지율이 계속 오르려면 조문정국의 반사이익을 챙기는 차원을 넘어 정치적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지율 정체는 무엇보다 6월 미디어법 문제가 조문정국에 걸려 있던 모든 현안을 블랙홀처럼 흡수해 더는 정치이슈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 탓이 크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강화론'을 내세워 서민층에 다가가면서 그만큼 민주당의 공간이 좁아지고 있는 점도 말 못할 고민이다.

그런 맥락에서 조문정국을 맞아 이념좌표를 왼쪽으로 이동시킨 게 성급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당 관계자는 "지금 이대로 들어가는 것은 백기 투항"이라면서도 "퇴로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표결처리를 실행하면 곧바로 장외로 뛰쳐나갈 태세이지만,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등원의 명분을 찾는 것은 물론 정국 주도권 싸움도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미디어법 통과의 책임론을 놓고 계파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개연성도 농후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즉생의 각오로 막겠다"고 나선 것도 미디어법 처리가 불러올 후폭풍이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도부는 6.10 서울광장 점거농성에 이어 다시 강도 높은 원내외 투쟁 카드를 꺼내드는 등 돌아온 지지층의 이완을 차단하는 데 당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부산에서 열리는 '범국민시국대회'에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것은 그 출발점이다.

핵심 관계자는 "이제는 더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죽을 각오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