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호 기자

국회의사당 본청에는 ‘로텐더 홀’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최근 야당 의원들의 잦은 점거 농성으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곳이죠.‘로텐더’(rotunda)’는 서양 건축에서 둥근 천장이 있는 원형 홀이나 원형 건물을 의미합니다.하지만 우리나라 국회 ‘로턴다 홀’은 천장은 둥글지만 홀은 대리석바닥의 직사각형입니다.엄밀히 말하면 로턴다가 아닌 셈이요.둥근 천정과 사각의 홀을 지닌 중앙홀을 로턴다로 부르는 건 어찌보면 조정자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대결적 상황이 반복되는 우리 국회의 모순적 자회상같습니다.

26일 이 국회 로텐다홀에서 평소 보기 드문 모습이 연출됐습니다.미디어법을 두고 죽고살기식 대결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의원총회를 갖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평소 민주당은 국회 2층에 있는 소회의실을 이용하고 한나라당은 3층 로텐다홀 맞은편의 제2회의실을 이용합니다.그런데 민주당이 이날 의총을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본청 로텐더홀로 결정했는데 공교롭게도 의총 시간이 양당 모두 오후 2시로 결정되면서 서로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게 된 것입니다.이날 의총장으로 가기위해 로텐더홀에 들어선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총출동해 ‘단독국회 결사반대’를 외치는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습니다.일부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홀을 지나 의총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부는 홀에 마련된 연단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같은 시간,건너편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쟁점 법안 통과 결의를 다지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물리적 거리로는 문 하나 사이에 불과 30미터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날 여야가 쏟아내는 말속에서 품어나온 정치적 스펙트럼은 하늘과 땅 차이처럼 느껴졌습니다. 6월 국회 개월 첫날부터 서로의 입장만을 강변하는 여야 의원들의 모습에서 우리 정치가 처한 고달픈 현실이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마음같아서는 한나라당 의총장의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을 로텐더홀 한복판으로 불러내 난상토론이라도 시키고 싶었습니다.

‘승자 독식’ ‘죽기살기식’의 대결구도를 벗어던질 수는 없는 것일까요.흔히들 ‘여당은 협상을 통해 실리를 취하고 야당은 명분은 얻는다’는데 요즘 국회는 '밀리면 끝이다'는 분위기입니다.우리 국회가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담아내는 로텐더와 같은 큰 그릇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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