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 개회를 둘러싼 여야간 기싸움이 급기야 일촉즉발의 정면 충돌위기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2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전날 `단독 개회' 방침을 재확인했고, 민주당은 원내대책회의를 개최해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양당 모두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또한 여야는 서로를 향해 파상공세를 퍼붓는 동시에 각각의 `마이 웨이'에 대한 명분쌓기에 주력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하면 한나라당이 이날 임시국회 소입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 여야간 정면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말연초 `폭력국회'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 민주당의 극력 저지가 뒤따르는 수순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단독 개회'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은 조문정국에 종지부를 찍고 국정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4.29 재보선 완패는 물론 정당 지지율 역전을 경험한 한나라당으로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을 비롯한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 민주당의 일방적인 미디어법 약속 파기, 국회 등원시 조건제시 관행 타파 등을 내세워 민주당을 코너로 몰아세우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정략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민생도, 여야간 합의도 헌신짝 취급하는 민주당을 이제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며칠 후면 다가올 비정규직 실업대란 등 민생현안이 중요한 만큼 국회를 열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나몰라라'하며 조건 타령만 하고, 그 조건도 6개로 늘렸다"며 "대량해고를 막는 노력과 6개 조건 관철중 어떤 게 시급한지 답하라"고 촉구했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정권 타도 투쟁에 착수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민주당의 어설픈 벼랑 끝 전술을 보면 북한 행태와 비교된다"며 "잘못 구사하면 천길 벼랑 끝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여야간 `미디어법 6월 표결처리' 합의에 대한 민주당의 무효 선언에 공세를 집중했다.

단독 개회의 당위성을 확보하면서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을 처리하기 위한 여론전으로 읽힌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유독 미디어법에 대해 공격적 자세로 나오는 것은 지난 10년간 누리던 `방송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라며 "미디어법은 미래 언론환경 대응법이고, 과거 정권에 의해 장악된 방송을 풀어주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훈 원내 수석부대표는 "그동안 방송의 독과점적 행태에 따른 허위.왜곡 보도로 큰 국가적 혼란이 발생했다"며 "미디어법은 독과점 방송의 편파성을 바로잡고 다양성을 확보, 혼란을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 한나라당의 임시국회 소집요구서 제출은 민주당을 향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다는게 지도부의 시각이다.

당내 분위기도 강경하다. 한나라당이 정면돌파를 시도하는만큼 민주당도 힘으로 맞서야 한다는 강경론이 전반적인 기류다.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정면충돌은 외길수순이라는 격앙된 발언들이 줄을 이었다.

이날 이례적으로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정세균 대표는 "스스로 행동하는 양심을 자처하고 죽을 각오로 싸우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있다" 고 전의를 다졌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의 단독국회 소집은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고, 야당을 정면으로 깔아뭉개는 행위"라며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맞서 싸워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가세했다.

기존에 협상파에 가까웠던 당내 인사들 강경한 분위기를 감안한 듯 발언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박상천 의원은 비정규직법 개정과 미디어법 처리 문제를 언급한 뒤 "타협소지가 있으니 협상을 강화하자"고 당부하면서도 "상임위와 본회의의 단독처리는 막자"고 강조했다.

당내에서 강경론이 확산되는 것은 최근 조문정국을 계기로 지지층이 재결집하면서 회복한 자신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제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임시국회가 소집될 때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막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강경한 목소리를 쏟아내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단독국회 소집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선택할 첫단추로는 국회본청 중앙홀 점거가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당내 강경파 초.재선 10명으로 이뤄진 모임인 `다시 민주주의'는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는 시점에 맞춰 중앙홀에서 농성에 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실제 이들이 농성을 벌일 경우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농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후 민주당은 순차적으로 상임위원회 회의장 및 본회의장 점거, 삭발, 장외투쟁 등의 수순을 밟아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김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