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오는 23일로 한달이 된다.

갑작스레 맞닥뜨리게 된 전직 대통령의 서거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민주당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고, 지난 한달간 당 안팎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수사 과정에서 `선긋기'를 시도했던 민주당은 장례기간 상주를 자임했고 `노무현 정신' 계승에 한목소리를 내며 애증 관계에 놓였던 전직 대통령과의 뒤늦은 화해를 시도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대중(DJ)-노 전 대통령이 집권한 `민주정부 10년' 재평가를 추진하는 한편 다른 야당 및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가속화, `반(反)MB' 전선의 구심점을 자임하며 전통적 지지층 복원에 나섰다.

특히 서거정국에서 쏟아낸 DJ의 잇따른 현 정부 비판 발언은 보수 진영의 집중포화를 받았지만 동시에 DJ로 대변되는 호남과 노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영남의 `집토끼'들을 재결집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당의 노선과 진로를 담은 `뉴민주당 플랜'을 통해 탈(脫) 이념을 선언, 우향우 하려는 듯 했던 흐름도 진보적 색채를 강조하는 좌향좌 쪽으로 선회했다.

`노무현 후광 효과'로 민주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 시절인 4.30 재보선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한나라당을 역전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는 밖으로는 대여 강경 투쟁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지지율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서거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대통령 사과, 특검, 국정조사 카드 등을 꺼내들며 여권과 검찰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민주당은 요구조건을 등원과 연계, 끝까지 서거 책임론을 규명하겠다는 태세다.

지난 6.10 범국민대회 당시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박2일 점거농성에 돌입, 광장 `사수'에 나서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계파간 갈등이 잦아들면서 단합 분위기가 고조된 것도 대여투쟁의 동력이 됐다.

그러나 서거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역풍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은 민주당으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한달간 당내 역학구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먼저 `박연차 게이트'의 여파로 한때 정치적 파산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친노(親盧) 그룹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 활동공간을 넓히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조문정국을 거치며 `친노386'이 주요 지지그룹으로 떠받치고 있는 정세균 대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된 반면 비주류의 존재감은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친노386'과 각을 세워온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 등 비노(非盧) 인사들의 입지는 적어도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계파간 갈등 소지를 안고 있는 정 의원 복당 문제가 일단 수면 위로 가라앉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등 친노인사를 비롯해 당 밖 외곽그룹을 포용해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 유 전 장관 등 친노 그룹 일각의 신당 창당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어 재결합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당 핵심인사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주의 후퇴를 막고 국가 위기상황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책무감이 더 높아지게 됐다"며 "명실상부한 제1야당으로 자리매김, 국민 지지를 얻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잇는 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