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 처방' 내용 주목

"근원적 처방이 도대체 뭘까."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 2박3일간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함에 따라 방미 직전 던지고 간 `근원적 처방'이란 화두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나흘 전 라디오연설에서 이념.지역에 따른 분열, 권력 비리, 정쟁 등을 언급하며 "대증요법보다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힌 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발언의 시기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진보, 보수진영간 이념 논쟁이 심화되고 여권 내부에서 국정 쇄신론이 제기된 미묘한 시점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우선 이념과 지역, 여야 정파를 아우르는 화합형 인적 쇄신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추진을 뜻한 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선거구제 및 행정구역 개편 등을 암시한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개헌 의제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점을 들어 "적어도 개헌은 아닐 것"이라고 보는 기류가 우세하다.

이처럼 갖가지 관측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에서는 근원적 처방의 의미를 `열린 화두'로 규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결국 개헌을 포함한 어떤 내용도 논의할 수 있을 만큼 의제를 열어놓은 것인 동시에 각계각층의 의견을 `열린' 태도로 듣고 최선의 해결책을 함께 찾겠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정치 선진화라는 큰 과제를 중심에 놓고 모든 문제를 열어놓고 생각하고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정치 선진화를 위해 제도까지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를 깊이있게 같이 고민해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들에 대해 열어놓고 생각하겠다는 데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단 큰 방향만 제시한 것뿐"이라고 말했고, 다른 참모는 "국민과 정치권에 화두를 던지고 백지상태에서 해법을 함께 찾자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은 어떤 결론을 내려놓고 말한 게 아니라 빈 그릇을 내어놓고 함께 내용물을 채워가자는 의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류로 볼 때 이 대통령은 자신이 먼저 정형화된 방안을 제안하기보다는 각 정파가 합의한 의견을 가져오면 긍정적으로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중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구체적 내용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통령의 구체적 생각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때문에 여야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이 대통령의 `입'에 쏠려 있다.

전날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수행기자단 간담회가 취소된 것은 이처럼 민감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치 개혁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여의도 정치에 대해 불신을 가져온 이 대통령으로서는 차제에 구태 정치의 근간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단기적으로 정.청(政.靑) 개편을 꺼내들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개헌 등도 선택 범위 내에 있는 카드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청 개편의 폭도 관심사다.

일각에선 이번의 경우 상징성을 띤 개편도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