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정부청사에서 18일 기자들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가진 이인실 통계청장(52)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지난달 취임하자마자 일부 통계 항목에서 현장조사도 나가지 않은 채 지방자치단체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사례가 적발됐고,"현장조사원의 전문성 제고와 의식교육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적을 받았는데도 주눅든 모습이 아니었다.

이 청장은 그 이유를 "최근 인기를 얻은 '통계로 보는 자화상' 서비스로 통계청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자화상 서비스'는 성별,나이,결혼 여부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같은 연령대의 통계 정보와 비교해 볼 수 있게 한 프로그램으로 통계청 사상 처음으로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대신 "모든 지적 사항들이 통계청 신뢰도의 문제라 생각하고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며 뼈아픈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 청장은 통계청이 예전의 수동적인 '수치조사' 기관에서 탈피할 것임을 예고했다. 우선 올해 12월부터 국세청의 과세 자료와 법인등기 자료,4대보험 자료 등을 제공받아 통계청의 다양한 분석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세기본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관련 원자료를 국세청에서 받기로 했으며 조만간 종합소득세 자료도 요구할 계획"이라면서 "당분간은 통계 분석에만 활용할 뿐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5년부터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인구주택총조사를 기존 주민등록자료나 건축물대장 등 행정자료로 대체해 국민의 응답 부담이 줄어들도록 했다.

취임할 때부터 포부로 밝혔던 사회복지분야 통계작업도 강화된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시에는 다문화가족의 인구,가구,주택에 관한 현황 통계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여성 노인 한부모 가정과 같은 취약 계층의 소비지출 패턴에 대한 자료도 만들 예정이다. 이 청장은 "결국 이번에 발표한 계획들은 요즘 상황처럼 정부가 쏟아붓고 있는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것과,국민 개개인이 미래 설계를 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