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과 미국 정상이 향후 안보 뿐 아니라 경제 분야까지 공조 체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한국의 경제 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미래비전' 발표를 통해 경제 분야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진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으며, 주요 20개국(G20) 모임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한미 FTA를 통한 교역 활성화가 양국의 경제 발전에 이득이 되고, G20을 통한 주요국들의 단결된 노력만이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조속히 탈출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 한미 FTA 비준에 공동 노력
한미 정상은 한미동맹 미래비전에서 강력한 경제.무역.투자 관계를 심화시켜 나갈 것임을 천명하면서 한미 FTA가 이런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비준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함께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협정이 진전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이 이처럼 FTA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한미 FTA가 2007년 4월 타결됐지만 양국 의회의 벽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고 민주당이 미 의회의 다수당이 되면서 한미 FTA 재협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 민주당 인사들은 그동안 한미 FTA가 자동차를 비롯한 공산품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한미 FTA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미 FTA 비준을 위한 획기적인 진전을 촉구해왔으나, 미 의회는 자국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지역구 유권자들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FTA 비준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비준안을 미 의회에 언제 제출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어떤 국가간에나 통상교섭은 어렵다.

정치적 타이밍이 필요한 것으로 순서가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며 즉답은 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위해 괜찮다고 생각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민을 위해 옳다고 생각할 때 제출할 것"이라며 "건실한 상호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실험 등으로 한미 FTA보다는 안보 쪽에 초점이 맞춰져 양 정상의 조기 비준 촉구가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도 일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 정상이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 의회에 대한 설득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 등 여러 가지 의제가 산재한 가운데서도 한미 정상이 FTA 비준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는데 성과가 있다"면서 "정부간에 FTA와 관련해 이견이 없다는 게 확인된 만큼 이제 의회 설득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미, 경제 위기 극복에 '한목소리'
양국 정상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에 한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도 의미가 깊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며 한국은 G20 공동의장국이라는 점에서 양국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위해 보조를 취한다면 주요 국가들도 동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의 경기 부양책으로 유동성 공급이 넘쳐나면서 재정 확대에서 긴축 재정으로 '출구전략(Exit Plan)'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은 아직 경기가 바닥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경제상황이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있다.

그러나 너무 빨리 낙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미국의 신중론에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은 향후 국제 무대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아직 바닥을 찍고 본격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 아닌 만큼 당분간 확장적 재정 정책 구사를 통한 경기 부양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협력에도 뜻을 같이 했다.

저탄소 녹색 성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하는 핵심 정책이자 이명박 대통령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양국은 청정에너지 연구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분야에 있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 정책에 공조를 취함으로써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향후 글로벌 변수에 대한 대응이 한결 쉬워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박상돈 기자 president21@yna.co.kr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