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가장 많이 언급한 국가중 하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이해하는 방식은 포괄적이고 구체적이다".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하루 앞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이해를 평가한 구절이다.

청와대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계 정책 참모를 몇명 거느리고 있다는 차원이 아니라, 또 불고기와 김치, 태권도를 화제 삼는 수준을 넘어 취임후 자신의 정책 연설 속에 한국의 산업, 교육을 거론할 만큼 우리 가까이 와 있다"며 "백악관에 입성하고서야 비로소 한반도를 주목하기 시작하는 역대 미 대통령들과 확연히 차별되는 대목"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한 비주류로서의 삶은 역설적으로 동북아의 작은 나라를 정서적으로 이해하는 밑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진단한다"며 "만 20년 나이 차가 나는 한미 두 정상은 지금까지 딱 한번 만나고 세번 통화한 사이지만 16일 양국 정상회담은 오랜 지기의 만남처럼 격의 없는 풍경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미 대선 때 또렷한 한국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며 손을 흔들던 오바마의 모습은 단순히 표를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라기보다는 "주요 우방국인 한국을 잘 알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유와 비교의 대상, 한국" = 청와대는 "오바마 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나라중 하나가 한국이며 때로는 본받아야 할 대상국으로, 때로는 산업 경쟁국으로 한국을 거론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집트 카이로대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 같은 국가들은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고 평가했고, 지난 4월 국립과학원 연설에서는 "새로운 세기에 우리가 이뤄내야 할 도전은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더 많은 시간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도 바로 여기 미국에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보도되자 교육 선진국인 미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또 정작 우리 정부의 가장 큰 현안이 교육개혁이란 점에서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들이 적잖이 놀라고 계면쩍어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또 지난 3월 의회 합동연설에서 "미국 자동차들이 신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나 이들 차에는 한국산 배터리가 들어간다"고 지적했는데, 청와대는 이에 대해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을 적절히 경계하면서 동시에 자국 산업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발언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교감 코드, 어머니" = 청와대는 어머니의 존재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의 `교감 코드'라고 규정했다.

두 정상 모두 가난하고 쉽지 않은 세월을 거쳐왔으나 어머니를 버팀목 삼아 성장했다는 것.
오바마 미 대통령은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 서문에서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너그러운 분이셨다.

나의 장점들은 모두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술회했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나의 스승은 가난과 어머니였다"고 밝혔고, 모친 고 채태원씨는 지난 1964년 6.3사태로 구속된 이 대통령을 면회하면서 "나는 네 소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네 소신대로 행동하거라. 어미는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인생행로의 교집합을 잘 알고 있고, 이로 인해 이 대통령에게 좀 더 친근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기억속의 한국은? =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자서전에는 자신이 대학졸업후 시카고 남부 흑인 밀집 지역에서 공동체 조직가로 활동할 때 흑인들로부터 들었던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담겨 있다.

"그래도 한국인을 욕하는 말을 나한테서는 듣지 못할 것이다.

회비를 꼬박꼬박 낸 회원은 그사람들뿐이니까요.

그 사람들은 장사를 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아요.

힘을 합친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구요"(전 시카고 상의 회장 포스터).
"우리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외부인들이 우리 지역에서 장사를 해 돈을 벌면서도 우리의 형제자매를 우습게 여깁니다.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한국인 아니면 아랍인입니다.

.(중략)..한국인이 고객을 우습게 여긴다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당장 가서 따집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존경심을 보이고 우리의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라고 합니다"(시카고 로즈랜드 지구연합 의장 라피크 알 사바자)
청와대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기억에 내재된 한국은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뒤섞여 있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좋은 가치를 가진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면서 "그가 지난 2월 상원 외교위에서 '근면하고 강력한 가족, 교회 공동체 윤리를 통해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해온 200만명의 재미 한국인을 통해 한미 유대는 심화돼 왔다'고 발언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