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고 대란이 코앞인데도 여야는 국회 상임위조차 열지 못한 채 장외에서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늘리자는 민주당 주장을 수용할 수도 있다며 입장을 바꿨지만,비정규직을 실업으로 내모는 핵심 조항으로 꼽히는 '고용기간 2년 제한' 규정을 손질하는 문제에선 여전히 평행선이다.

오는 7월1일부터 비정규직 해고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실마리를 풀어야 할 국회 환경노동위는 지난 4월 정부가 제출한 법 개정안을 아직까지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야당 소속 위원장의 미온적인 태도로 이처럼 시급한 현안을 논의할 테이블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은 법 개정에 대한 입장차와는 상관없이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환노위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14일 "16일 환노위를 열자는 요구서를 보냈고 환노위 내에 비정규직특위를 따로 구성해 여야 간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당초 스케줄대로 비정규직법의 고용기간 2년 제한 조항을 시행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민주당이 지난 추경 당시 연 1조2000억원을 정규직 전환 지원금으로 요구했고 일부인 1800억여원을 확보했다"며 "이 지원금을 추가로 확보하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상임위를 연다면 야당의 이 같은 주장을 일부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조 의원은 "어떤 안이든 일단 상임위로 가져와서 논의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본질을 벗어나 산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임태희 한나라당 전 정책위 의장은 이날 "경제위기 상황에서 실직 위험에 처한 근로자들에게 지금의 비정규직 일자리나마 유지하게 해주자는 게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를 시작한 취지"라며 "그런데 야당은 평상시처럼 정규직 전환 촉진 같은 한가한 논의로 끌고 갔고 여당이 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의장은 "지금은 임금 노동 시장 내부에서 비정규직을 얼마나 정규직으로 밀어올릴 수 있느냐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당장 벼랑 아래로 떨어지게 된 비정규직 근로자를 어떻게 떠받칠까를 생각할 때"라고 했다.

차기현/김유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