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문제로 어제 남북이 실무회담을 열었지만 대단히 실망스런 결과만 나와 안타깝다. 북은 어제 공단 내 북측 근로자 임금을 현재의 4배인 월 300달러로,토지임대료는 무려 31배나 인상해 5억달러를 더 달라고 요구했다. 협상용이라 해도 터무니없고,과연 개성공단을 유지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주장이다. 북의 얘기는 하나같이 억지일 수밖에 없는 만큼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따질 가치조차 없다고 본다. 기존 협상과 상호간에 약속한 협정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가 가장 큰 문제로 보고,또 개성공단의 장래와 관련한 본질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던 우리측 근로자 유모씨 문제가 제대로 협의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식이라면 오는 19일로 잡힌 다음 회담도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뚜렷한 이유도 모른 채 74일째 억류(抑留) 중인 유씨 건은 남쪽 근로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개성공단에서 '3통'(통관 통행 통신) 보장에 관한 사안인 만큼 이는 개성공단의 향후 발전 여부를 판가름할 근본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은 남북간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협력사업으로 상당한 기대와 활발한 개발을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개성공단에 대해 국내에서 회의론이 커져 가는 상황임을 북은 직시(直視)해야 한다. 이미 철수 결정까지 내린 기업이 나온 현실도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불확실한 경영활동으로 인해 주문량이 감소하고,신변안전을 포함한 불투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개성에서 사업을 포기하는 기업들은 급속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북측은 개성공단을 문닫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무리한 요구로 입주기업을 벼랑끝으로 내몰 것인지 심사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내일이면 유엔의 대북 제재안도 결의된다. 핵실험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인 결의안도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서 만큼은 영향이 없도록 하고 있다. 남북간 신뢰 회복과 화해 분위기 구축은 국제사회도 지지한다는 의사에 다름 아니다. 북은 이 메시지를 잘 받아들여 지금이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대안과 주장을 내놓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