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집토끼(전통적 지지층) 잡기'에 비상이 걸렸다. '조문 정국'을 거치면서 난공불락 같던 한나라당의 영남권 지지율이 반토막이 난 데 비해 민주당은 서울 · 호남에서 지지율이 껑충 뛰었다. 이런 변화가 '조문정국'이라는 특수 상황이 빚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등을 앞두고 지지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나라 "집토끼 어디 갔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5월23일) 이후 한나라당은 울상인 반면 민주당은 표정관리 중이다. 특히 지난 한 달 새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의 지지율 추이는 주목할 만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PK(부산 · 울산 · 경남) 지역에서 4월18일 41.3%였던 지지율이 5월25일 23.2%로 급락했다. 반면 민주당은 같은 기간 두 배(6.1%→13.1%)로 뛰었다.

한나라당은 정치적 기반인 대구 · 경북(TK)에서도 42.3%에서 30.6%로 11.7%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기간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층은 PK에서 18.9%포인트(33.7%→52.6%),TK에서는 17.8%포인트(40.3%→58.1%) 늘어났다. 50대 이상 장년층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 유보도 눈에 띈다. 전국적으로 한 달 동안 11.5%포인트(45.1%→33.6%) 빠졌다. 윤희웅 KSOI 정치사회조사팀장은 "한나라당의 전통 지지층이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탔다기보다 무당층으로 옮겨가면서 지지를 잠시 유보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여권의 친이 친박 간 내분이 계속되고 책임감 있는 쇄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런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 '돌아온 집토끼를 지켜라'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지지율 20%대를 회복한 민주당의 최대 화두는 '집토끼 잡아두기'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정체성을 둘러싸고 '집토끼, 산토끼(새로운 지지층)' 중 우선 순위를 고민했으나 서거 정국 이후 '집토끼'로 당의 무게 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최재성 의원은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도 반응이 없던 집토끼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돌아왔다"면서 "이제는 말뚝 박고 울타리 쳐서 집토끼들을 지키는 게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국회를 두고 장외로 나간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서울광장 확보를 위한 1박2일 농성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내에선 6월 국회의 핵심 현안인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보수층이 재결집할 것이고 한나라당 지지율도 회복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우리도 전통적 지지층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경우 전략지인 수도권에서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혁/김형호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