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성역없는 쇄신' 초심 확인하자"

당.정.청 전면쇄신 바람몰이에 나섰던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프레임에 갇혀 향후 활동의 동력을 상실할지 모른다는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쇄신특위는 지난달 13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뒤 당론표결제 등 당내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제도적 개선안을 내놓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쇄신특위가 지도부 용퇴, 조각 수준의 청와대.정부 인적개편 요구 등 과감한 쇄신안을 내놓으면서 쇄신특위의 활동에 대한 당내 평가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친이계 소장파, 민본 21은 쇄신특위와 연합 전선을 형성하면서 당.정.청 전면쇄신에 나섰으나 친박계는 지도부 사퇴 및 조기 전당대회론은 `박근혜 전 대표 끌어내기'라며 쇄신특위 활동에 선을 그었다.

더구나 박희태 대표가 8일 사퇴 요구를 조건부로 수용했고, 쇄신특위 내에서 조기전대를 통한 `화합형 대표추대론'이 거론되면서 사정이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화합형 대표 추대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바닥에 깔고 있다.

이에 따라 친이.친박 등 계파별 안분 형태로 구성된 쇄신특위 활동도 계파 갈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8일 쇄신특위 회의에서는 친이계 소장파인 정두언 의원의 발언을 놓고 친이.친박 의원간 거친 언쟁이 오갔고, 이 때문에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이 쇄신특위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특위 위원직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정 의원은 친박계의 조기전대 반대에 대해 "친이재오계 의원들까지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를 몸으로 막겠다고 했다"며 "아예 당이 더 망가지기를 기다린 뒤 `땡처리 하겠다'는 것이냐"고 친박계를 비판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쇄신특위가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도부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 문제, 친이.친박 화합이라는 계파별 합의가 필요한 문제는 뒤로 미루고 합의하기 쉬운 방안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쇄신특위도 이런 점을 감안해 이달말까지 지도부가 내놓는 화합책을 지켜보되 활동의 초점을 국정쇄신에 맞추기로 했다.

친이.친박이 원론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청와대, 정부 쇄신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쇄신은 기본적으로 청와대의 응답이 필요한 부분이고, 박 전 대표 역할을 둘러싼 친이.친박 갈등이 격화될 경우 친이, 친박계가 쇄신특위에서 추가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일부 특위 위원은 쇄신특위 활동이 사실상 종료했다는 반응까지 내놓고 있다.

한 쇄신특위 위원은 "특위내 친이.친박 프레임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계파간 이해관계를 떠나 서로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잘되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9일 재가동한 쇄신특위도 위원 15명 중 절반도 안 되는 7명으로 시작하는 등 맥빠진 분위기를 보였다.

원희룡 위원장은 이에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성역없이 모든 쇄신안을 논의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면서 "만사를 제치고 쇄신특위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원 위원장은 "흔히들 화합이 먼저냐, 쇄신이 먼저냐고 얘기하지만 정치는 들판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가능성의 종합예술"이라며 "성역없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책임감있는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특위의 초심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